“부모님의 뜻과 선생님의 지도도 좋지만 정말 중요한 건 자신이 좋아하는 걸 먼저 찾는거예요.”
 세계 최초로 암 세포의 전이를 막는 유전자 기능을 발견, 세계적인 과학잡지 톱기사를 장식했던 인천 숭덕여자고등학교(교장·홍배식) 1회 졸업생 백성희(35·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27일 16년만에 찾은 모교 강당에서 후배들에게 던진 충고는 ‘내면으로부터의 절실한 요구에 충실하라’ 였다.
 “16년 전 시절로 돌아간 마음으로 편하게 얘기하겠다”며 말문을 연 박 교수는 그러나 자신의 인생 고비고비에서 진로를 선택해야 할 순간에 맞닥뜨렸던 고민들을 소개하는 이야기들을 풀어갔다.
 ‘수학을 잘 못하는데 이공계열에 진학해도 취직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는 그는 “망설여지고, 머뭇거려진다는 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게 아니며, 선택도 하기 전에 변명거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와 함께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확실한 보장을 바라면서 정작 자신이 뭘 하고 싶은 지에는 충실하지 못한 요즘 학생들에게 단지 재미있고, 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정당한 이유이며 충분히 가치가 있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환경미화가 재미있으면 인테리어 아트의 1인자가 될 수 있고, 수학여행의 오락시간 준비를 하는 게 재미있으면 기획사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석사시절 일본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 별다른 준비 이 참석했다가 우연히 발표자로 나섰던 사연을 소개했다. “당시 내 얘기에 관심을 보였던 비슷한 위치의 외국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어떻게 될 지 몰라도 그냥 재미있고 하고 싶어서’ 생명공학 연구를 했다”며 뜻이 맞았던 그들이 몇 년 전 노벨상을 탄 과학자가 됐다고 전했다.
 “결국 꼭 잘하지 않아도, 재미있고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그가 단 단서는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고 그 때 그 때 최선을 다하라는 것.
 “오늘 내 이야기가 앞으로 여러분의 얘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연단을 내려서는 백 교수에게 후배들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송영휘기자 blog.itimes.co.kr/ywsong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