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만큼 모순이 많이 생기는 학문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몇 년에 걸쳐 사랑했던 연인이 하루아침에 궁합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성이나 사람 됨됨이는 차치하고 무조건 그 사람은 안 된다고 쌍수를 들고 반대하는 경우를 볼 때면,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맺어지는 것이지 인간이 노력으로 한다고 만나지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많은 부부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라기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대개 자기 인연은 피하고 엉뚱한 데서 배우자를 찾아 고생을 자초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한 예로 삼년동안 교제하던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궁합을 보았더니 상충(相沖) 살이 끼어 죽어도 못산다는 말에 사랑을 하였지만 헤어지고, 다음 해 바로 중매로 집안에 재력이 있다는 사람과 결혼을 하였다고 했다. 결혼할 당시만 해도 형편이 넉넉하여 시댁에서 사준 28평 아파트를 계기로 해마다 차츰차츰 평수를 늘려 4년 만에 45평 아파트로 이사까지 하였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던 그녀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는 했어도 시집하나는 잘 갔다고 나름대로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얼마의 세월의 흐르자, 생활에 변화가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곤두박질하기 바빴다. 사업을 한답시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둔 남편은 불과 2년 만에 15평 월세방으로 전락하는 것으로 끝을 내었다.
그러던 중, 십여 년이 지난 근래에 와서 우연히, 상충 살이 끼었다하여 헤어진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자신은 아이들 학원비를 보태기 위해 할인점 점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반해, 그는 시내 요지에 상가건물을 갖고 있으면서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소식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어느 용하다는 철학관을 찾아가 헤어진 그 사람과의 궁합을 다시 보았다고 하는데 거기서 하는 말이, “재물 복은 타고난 사람이야. 그런데 당신 팔자에 재물 복이 없는데 어떻게 이 사람과 결혼했는지 궁금하구먼.” 부부인줄로 착각하고 차분히 설명하는 그 역술가가 용하다 생각하면서 솔직히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이렇듯 재물 복이 많은 배우자를 만나면 얼마든지 부자로 살 수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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