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어려운 일들을 수없이 겪으며 살아간다. 어느 때는 도저히 벗어날 것 같지 않는 절망에 휩싸이다가도 뜻밖의 회생의 기미에 되살아나 살 길을 찾게 되는데, 그러기 때문에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노력하다보면 어려움과 절망은 오히려 복이 되어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게 된다.
K라는 중년이 있었다. 이는 만년 과장으로 정년을 몇 해 앞두고, 지난 해 초, 후배가 상사로 있는 부서에 배치를 받고부터 늘 직장생활에 무력감을 느껴, 지난 가을쯤에 필자를 방문하여 조기 퇴직하여 사업을 했으면 하는데 과연 앞으로 사업 운이 있겠는가 하고 물었었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그저 직장생활이 가장 편안한데 무엇 때문에 사업을 하려하냐고 물었더니 그간의 승진 때마다 누락되는 고충을 털어 놓았다. 이제는 고등학교 후배가 바로 직속 상사로 있다 보니 서로 못할 노릇이라며 울적한 심사를 털어 놓았다.
생년월일을 물어 금년도 운을 주역으로 작괘해 풀었더니, 地天泰(지천태)괘 초효로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한테는 더없이 좋은 승진 운이었다.
재사, 즉동인협공, 이초천유기(在仕, 則同寅協恭, 而超遷有基). 직장인인 즉 같은 관직에 있는 동료끼리 함께 마음을 합해서 공경하여 뛰어넘는 승진을 한다. 이 초천(超遷)이라 함은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이 천출(遷出)을 뜻함이다. 뛰어넘어 승진이 있다는 뜻으로 특진을 의미한다. “내년에 반드시 생각밖에 승진 운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좀더 관망하고 기다려 보심이 어떠신지요?”하고 물었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직장생활에 승진이 될만한 특별한 공적도 없었고, 또한 갈수록 쇠퇴해져가는 자신의 능력에 적당히 환멸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래도 미심쩍은 마음과 함께 은근히 기대를 가졌던 모양이었다.
“선생님! 선생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저 방금 승진소식 듣고 얼마나 가슴이 떨리는지 지금도 진정이…”하며 전화기 저 편에 한층 상기된 목소리로 떨고 있었다.
사람이란 조금만 실패해도 깊은 절망에 빠지고 약간의 성공을 거두어도 들뜨기 쉬운 존재다. 한평생 살아가면서 겪는 희비를 주역은 이렇듯 미리 알려주어 취길피흉(取吉避凶:길한 것은 취하고 흉한 것은 피함) 할 수 있도록 제시해 주고 있어 더없이 좋은 학문이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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