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른 새벽에 어디 가세요.” 인천중부경찰서 하인천지구대 강인성(52)경사와 공모(82) 할머니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7년 전이었다. 청력이 안 좋아 새벽 운동길에 나선 강 경위는 집 근처인 남구 주안3동 버스정거장에서 공씨 할머니를 처음 만났다. 초췌한 얼굴과 남루한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 온 것이었다.
 “교회 가는데 왜 그러슈.” 목석인 듯 외마디 대답을 던져놓고 교회 셔틀버스에 오르는 할머니의 모습이 왠지 측은해 보였다.
 인기척 없는 새벽 길에, 그 것도 노인네 혼자 서성거리는 것이 안쓰러워 말을 건넨 강 경사는 할머니의 퉁명스러움에 오히려 정을 느꼈다.
 다음 날 새벽 할머니는 똑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어디서 사세요?” 강 경사의 물음에 할머니는 서서히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 이후 강 경사는 새벽 만남을 통해 할머니의 일생을 들었다. 아이를 못 낳는다고 소박을 맞고 황해도에서 6.25때 월남한 사연, 55년 동안 혼자 살면서 고생한 얘기, 폐지를 주워서 생계를 잇고 있는 고단한 현재의 삶 등.
 강 경사는 이 때부터 폐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구대에서 나오는 신문과 음료수 상자를 매일 빠짐없이 챙겼다. 그 것도 모자라면 경동과 축현 등 주위의 치안센터를 돌며 쓸모없는 종이류를 모았다.
 할머니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강 경사가 폐지로 공씨 할머니와 정을 나눈지 7년이 됐다. 이제는 강 경사가 휴가로 출근을 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알아서 폐지를 챙길 정도다.
 할머니가 제일 반기는 사람이 강 경사다. 마치 아들을 맞는 듯하다.
 “폐지를 받아 들면서 환하게 웃는 할머니의 얼굴이 보기 좋아서 폐지로 맺은 인연을 끊을 수 없었어요.” 퇴근길 강 경사의 손에는 어김없이 폐지를 담은 종이 상자가 들려 있다. /박정환기자 blog.itimes.co.kr/h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