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에서 시원스런 골 맛 만큼이나 전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이 만들어낸 웅장한 응원의 함성, 그리고 상대팀 선수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듯한 여성의 카랑카랑 한 목소리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FC(이하 인천utd)의 12번째 선수, 서포터즈 이선희(21·회사원)씨.
 ‘8옥타브’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인천utd의 홈 경기장인 문학경기장에 명물로 통한다.
 메가폰 없이 경기장 전체를 압도하는 그의 목소리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인천utd 선수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한 청량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물론 구단 직원들조차 그의 존재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경기장을 쫓아 다녔다는 이씨는 이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열혈 축구광이다.
 “평소 목청을 높여 소리 지를 기회가 있겠어요. 하지만 경기장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다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이씨는 관중 속에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해 주는 선수들이 있어 매경기 빼놓지 않고 경기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인천utd의 탄생에도 기여한 그는 지금 인천에 축구 전용구장이 하루 빨리 지어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씨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우렁찬 함성으로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응원 구호 중간 중간에 ‘함께해요’를 외치며 침묵하는 관중을 향해 시위 아닌 시위를 벌이는 그는 지난 15일 개막전 때 경기장에 운집한 3만여 관중이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며 ‘인천’을 연호하는 모습에 그만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이씨는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인천에 함께 사는 시민 모두가 ‘인천’이란 이름으로 하나 될 수 있다면 그보다 가슴 벅찬 일이 어디있겠느냐”고 말을 이었다. /지건태기자 blog.itimes.co.kr/gunt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