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때론 함께 늙어가는 친구이기도 하지요.”
 인천만수종합사회복지관 옹달샘학교는 뒤늦게 학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곳이다.
 나이 50이 넘었건 60이 넘었건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한글, 산수, 한자 등을 배우며 초등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만 6년째 이곳을 지키며 만학도들과 함께해온 정위애(55) 교사. 전직 중·고등학교 미술교사인 그는 40대에서 70대까지 배우고 있는 한글 고급반 ‘열매반’의 담임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한글을 모르는 분이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요. 자신의 탓이 아니라 살아온 사회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요.”
 못 배운게 죄인 것처럼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가끔 보면 자신감 없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기도 하다고. 글을 몰라 주눅든 모습이 자신의 어머니요 친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나이가 비슷하다보니 통하는 것이 많아요. 옛날 이야기 하다보면 공감이 돼죠. 노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이니 선생과 학생이 아니라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1년은 오랜 세월 자신의 생활에 젖어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한해 한해 보내면서 이제는 이해하며 지내죠. 친구를 새롭게 얻게되는 재미에 그만두겠다는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습니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무엇보다 큰 보람은 학생들이 배운 것 하나하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갈 때다. 손자를 홀로 키운 할머니가 군대간 손자를 위해 글을 배우기도 하고 배운 한글로 관공서나 은행에서 서류를 작성했다며 뿌듯해 하는 나이 많은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글을 모른다는 건 사람을 기죽게 하는 것 같아요. 받아쓰기라도 할 때면 땀까지 뻘뻘 흘리기까지 하니까요. 버스 표지판을 보고 찾아올 수 있었다는 한 제자의 환한 얼굴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사회에 무엇인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가장 크다는 그는 죽을 때까지 배우겠다는 학생들의 말에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가르친 제자만도 140명은 될 겁니다. 어디에서 친구 같은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얻을 수 있겠어요. 먼 거리에 버스를 두 번이나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힘 닿는 데까지 가르쳐야죠.”/이은경기자 blog.itimes.co.kr/bul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