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기도 전에 벌써 꿈을 접고 좌절하는 일을 겪도록 해선 안되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이 일은 계속 할겁니다.”
 지난 1995년부터 인천지역 학교와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청소년 범죄 예방 강의를 해 오고 있는 부평경찰서 박용호(50) 경사.
 전국의 형사들중 범인을 제일 많이 잡아 훈장까지 받았던 그가, 사건 현장이 아닌 학교 교실에 들어서게 된 건 존경하는 선배 경찰의 아들을 잡아 구속시킨 일을 몇 차례 경험하고부터다.
 선배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지만 ‘경찰의 자식조차 범죄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는 참담한 현실에, 그는 결국 ‘교육을 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제복을 입은 근엄한 경찰관의 딱딱하고 졸린 강의를 떠올렸다면 그건 선입견. 그의 교육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춰져 있다.
 짧은 머리에 강렬한 눈빛, 강력했던 인상은 간 데 없고, 학생들 앞에는 머리빠진 우스꽝스런 피에로가 등장한다.
 “연말에 친구들과 한 잔 하고 집에는 가야겠는데 돈이 없죠? ‘일단 택시를 탄후 한 번에 내려 도망치자’고 했다가, 기사 아저씨한테 잡히면 반항할 수도 있어요. 거기서 몸싸움을 하다 아저씨가 다치기라도 하면 특수강도에 강도상해죄로 전과가 붙어요”.
 “어쨌든 감옥에는 안가고,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별이 붙어 있으면 뭘합니까, 꿈을 접어야 하는데….”
 “여고생들 그냥 잠깐 참고 몸만 내주면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의 87% 이상이 성적 학대나 인격적 모독을 받는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잘 몰랐죠? 어쨌든 쉽게 돈버는 법만 배운다면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 어떻게 적응하겠어요?”
 그의 강의에 대한 평이나 반응은 인천경찰청과 부평경찰서 홈페이지 모범경찰관 추천 배너만 클릭해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굿(good)이다.
 별 문제의식 없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아이들에 대한 그의 걱정은 그러나 160여 차례의 강의를 통해 그들에게서 발견한 희망으로 변했다.
 “의지가 약하고 쉽게 포기한다고, 어른들은 그렇게 요즘 애들을 보지만 그들은 자기 생활에 대한 간섭을 싫어하는 거에요. 대신 동기부여만 제대로 해 준다면 나쁜 일 하래도 안합니다. 이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 아니겠어요?”
 겨울방학이 끝나면 다시 아이들과 만날 준비에 마음이 바쁜 그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행복 지킴이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 송영휘기자 ywsong2002@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