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활절에 이 곳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죽음의 철장을 산산이 깨뜨리고 부활하신 주께서 이 나라 백성들을 옭아맨 결박을 끊으시고 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빛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1885년 4월5일. 구한말 복음전파를 위해 아리빅호(號)를 타고 제물포항에 들어온 벽안의 미국 선교사 아펜젤라 목사부부가 도착 직후 부두에서 가진 첫 기도문이다.
 그로부터 120년이 흐른 지금 이 땅은 교회만 5만여 곳에, 목사 10만명, 신도 1천2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기독교가 튼실히 뿌리를 내린 신교국으로 성장했다.
 그런 120년 교회사에 의미있는 사업이 인천교회 목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한국 기독교계가 주목하고 있다.
 인천 중구 송월동 3의3 송월교회 일원 1천여 평에 추진되고 있는 ‘한국 선교역사 박물관’ 건립사업이 바로 그것.
 “인천은 미국의 선교사들이 제물포항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시작된 ‘선교의 성지’로 선교 박물관이 들어설 적지입니다. 그동안 이를 재조명할 역사관 하나 없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늦게나마 교계가 뜻을 같이해 다행입니다.”
 고희를 앞둔 인천 만수감리교회 성중경(68) 담임목사가 ‘선교 박물관’ 건립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이유다.
 지난해 4월, 인천지역 동료 목사들과 이 사업 추진을 위해 머리를 맞댄 지 6개월만인 지난 연말에는 인천시로부터 사업승인도 받았다.
 성 목사의 뜻이 알려지면서 송월교회에서는 교회 땅 200평을 선뜻 내놓았고, 영상선교문화원(원장·유은식 목사)에서는 개항기 선교사들의 유품 10만여 점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 내친김에 이달 18일 성 목사는 작년 6월 설립한 ‘한국선교역사 문화원’의 이사진을 추진위원회로 전환하는 추진이사 위촉식을 가졌다.
 문제는 돈이다. 성 목사는 “사업비만 100억원이 될 것으로 잡고 있는데 일단 절반 정도는 신도들의 성금으로, 나머지는 국비와 시비로 충당할 계획인 만큼 교계의 공감대 확산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만석고가교 밑의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도 박물관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성 목사는 “박물관이 완성되면 최초의 교회인 내리교회 등 중구에 산재한 선교 유적지와 함께 인천의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박주성기자·사진=김성중기자 jspark@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