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그막에 사서 고생한다’는 말은 아마 캐나다 교민 홍사유씨(63)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가족과 재산, 누구 하나 남부러울 게 없는 그가 굳이 사재를 털어가며 ‘전문노인 요양시설’을 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용유도에 있는 자신의 땅에 ‘전문노인요양시설’을 세울 생각이다. 그가 가진 땅은 인천시 중구 덕교동 산 77 일대 7천600평 정도. 이 곳에 그는 ‘메이플 타운’(단풍마을)을 세워 갈 곳 없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천국으로 만들어 간다는 꿈에 젖어 요즘 행복한 어린아이의 표정처럼 들떠 있다. 그렇지만 캐나다 교민 영주권을 갖고 있으므로 인천에 정착하지 못하고 올 해 만도 수차례 인천과 캐나다를 오가며 비지땀을 흘렸다. 캐나다에서 ‘만두향’이란 식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땅도 웬만큼 소유한 홍씨가 복지 시설을 운영할 이유가 무엇일까.
 “저 역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여생을 저와 같은, 혹은 저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분들에게 사랑을 베푼다면 여한이 없습니다.”
 처음 그가 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만해도 가족, 친지들은 무모하다며 뜯어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홍씨가 지난 7월, 이 곳에 복지시설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식당 ‘메이플 타운’을 세우자 가족들도 두 손을 들었고 이제는 적극적인 후원자로 돌아섰다.
 “식당과 부동산을 정리해 편안하고 안락한 여생을 보내라고 말하던 딸들이 아빠의 재산을 물려받지 않아도 좋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제 행정절차만 잘 이뤄지고 뜻 있는 분들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곧바로 노인들의 천국을 만들어갈 자신이 있습니다.”
 가족 문제는 이제 해결됐다. 그러나 행정절차가 워낙 까다로운데다 중앙정부나 행정 관청에서 관심을 갖지 않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법인설립 등기에 돈이 많이 들어가고 부동산 처분에도 절차가 그렇듯 까다로운줄 미처 몰랐습니다. 특히 캐나다에서 오래 살다보니 국내법 실정도 잘 모르겠구요.”
 이런 이유로 그는 얼마 전에도 귀국해 동분서주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가 행정 관청인 중구청과 인천시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메이플타운의 수익금은 60%를 사회에 환원하고 20%는 시설 개보수에 투자하며, 나머지 20%만 급여나 주식으로 배당할 생각이다. 한 마디로 개인재산을 축적하거나 하는 사심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하긴 지금 재산만 처분해도 그는 충분히 풍요로은 여생을 마감할 수 있는 터에 사서 고생하는 이유가 따로 있겠는가.
 “제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 제 뜻을 알아주실 분들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경기도 화성이 고향인 홍씨가 지난 77년쯤 용유도에 땅을 산 이유는 고향의 바닷가가 매립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가까운 곳에, 고향과 같은 바닷가를 찾다가 용유로 오게 됐지요.”
 고국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은 그의 새해 소망은 다소 문학적이다.
 “좋은 꽃향기가 멀리 퍼져 나갈수록 벌과 나비가 많이 모여들 듯 저와 저희 가족들이 펼쳐나갈 이 사업에 대한 향기가 멀리 퍼져 좋은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