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소신을 갖고 이 사업에만 매달렸는데, 뜻대로 되지 않네요.”
 최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물백묵(주) 이인수(53)사장은 쓰러져가는 동종 업체를 보면 앞이 캄캄하다.
 이 사장은 교실환경 개선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참으로 물백묵 사업에 뛰어 들었다가 미련이 남아 아직도 붙들고 있는 것이다.
 그가 물백묵 사업을 시작한 것은 10년 전. 칠판을 지우면서 기침하던 선생님, 분필가루 뿌옇게 날리던 교실 안에서 도시락을 먹던 학창시설 기억들을 떠올리고부터다.
 물백묵은 흰색안료와 에틸알콜, 실리콘 성분이 들어 있는 수성백묵. 물백묵에 필요한 반영구적인 세라믹 코팅 칠판도 함께 개발했다.
 처음 개발한 물백묵은 그리 호응을 받지 못했다. 칠판에 글씨를 계속 쓰다보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선 두께도 고르지 않은데다 쥐기도 불편했다.
 이 사장은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물백묵의 흠을 하나씩 고쳐 나갔다. 대전시 대덕의 한 연구소에 의뢰해 분필처럼 쉽게 칠판에 글을 쓸 수 있도록 개선했다. 색깔도 분필과 마찬가지로 노랑, 파랑, 빨강, 흰색 등으로 구색을 갖췄다. 결국 선생님들의 얘기를 듣고 고쳐가며 만든 물백묵에 대해 특허권을 갖게 됐다.
 그러나 10㏄ 한 자루로 20일정도 쓸 수있는 2천원짜리 물백묵은 분필보다 싸고, 가루가 날릴 염려가 없지만 실제 학교에 보급하기는 쉽지 않았다.
 학교측이 칠판 설치비용을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이다. 보통 30∼40개 학급을 판서도구를 물백묵으로 바꾸자면 1천여만원이 든다. 학교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인천시 420여개 학교 가운데 물백묵으로 교체한 학교는 70여개 학교에 불과하다. 이것도 전체가 아니라 일부 학급만 바꿨다.
 “선생님들 대부분은 물백묵이 교실환경을 개선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 물백묵을 쓰지 못하는 학교가 대부분입니다” 이 시장은 물백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글=박정환기자·사진=유중호기자 h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