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인천에 또 하나의 연극 전용 소극장이 문을 연다.
 최근 ‘학산’ 소극장(남구 용현동)과 ‘씨.아리’ 소극장에 이어 연극전용 소극장이 더 늘어나는 것이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 반가운 소식은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이고, 특히 지역주민을 위해 ‘종교시설’이 문을 활짝 열었고, 여기에 관(官)의 적극적인 도움이 한데 어우러진 합작품이란 데 있다.
 현재 내부 시설 공사가 한창인 남구 용현4동 성당 정병철 주임신부(사진)는 “선교활동을 위한 시설이라는 선입관은 갖지 말아달라”며 “종교색이 없는 문화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이 교회 지하식당 옆에는 신자들을 위한 소극장이 하나 있었다. 10여년전 교회에 불이 났고, 소극장은 당시 화재로 못쓰게된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전락했다. 지난해 이 교회로 온 정 신부는 이 소극장을 어떤 방법으로 되살려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뜻밖에 도움의 손길을 만났다.
 정 신부가 이번 가을, 동숭동의 한 극단을 초청해 교회 주변 주민들을 위한 무대를 마련할 계획을 갖고 동사무소에 홍보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박우섭 남구청장이 교회를 찾았고, 이후 소극장 공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
 정 신부는 “연극공연 대신 소극장을 제안한 박 청장이 적극 나서 문화관광부에서 1억2천만원에 달하는 예산까지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박 청장은 박은희 전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을 소개했고, 청소년을 위한 연극 소극장을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소극장 내부 공사와 연습실은 박 전 감독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교회 지하식당도 함께 공사 중이다. 신자들을 위한 식당 기능에, 관객들을 위한 휴식 기능까지 추가 되는 것이다. 이 공사비는 교회가 부담한다.
 앞으로 소극장에 대한 운영계획은 전문가와 구청, 교회대표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결정하게 된다. 이 교회는 결정사항을 지원하는 일만 하게 된다.
 정 신부는 “인천에 소극장 등 문화공간이 별로 없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교회는 단지 공간을 내 줄 뿐이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풍요해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회는 그 동안 지역 노인들을 위한 한글교실과 문화교실을 진행해 오고 있다. 더 반가운 소식은 교회 옆, 비어있는 용현4동 동사무소에 노인복지회관이 들어설 계획이다. 줄줄이 좋은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주희기자 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