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정오 인천시 남동구 구월4동 동사무소 3층. 해병대 복장을 한 퇴역군인들과 주부봉사대원들이 배식판을 든 노인들에게 음식을 주느라 분주했다. 120여 노인들은 따뜻한 국물과 흰 쌀밥, 비록 세 가지에 불과했으나 정성이 담긴 반찬이 수북한 배식판을 마주하고 앉아 즐겁게 점심을 먹었다.
 “어려운 어르신들도 다 우리의 부모들입니다. 이 분들께 점심 한 끼 대접하는 것 뿐입니다.”
 이날 무료급식 행사를 주최한 해병대전우회 이주환(56) 남동구회장은 영 쑥스러운 표정이다. 별 일 아닌데 부산을 떠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은 서민층과 없는 사람들을 기아로 내몰고 있다. 홀몸노인이나 생활보호대상자들은 더할 나위 없다.
 이 회장이 무료급식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주변의 노인들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100여명의 점심을 챙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주변의 후원자들도 십시일반 도왔다.
 만수 새마을금고 양성기 이사장이 후원금을 지원했다. 이 회장이 몸담고 있는 (주)엄지건설에서도 자금지원에 나섰다. 해병대전우회 부녀회(회장·김경자) 회원들은 무료급식 봉사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은 매주 수요일 1회씩 무료급식을 실시할 겁니다. 앞으로 급식 회수와 대상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이 회장은 첫 급식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가 오는데도 많은 노인들이 찾아온 것이다. 봉사대원들의 표정들도 밝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갈길이 멀다는 표정이다. 적어도 주 3회 정도는 무료급식을 실시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급식 대상도 노인만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폭을 넓힐 계획이다.
 이 회장은 무료급식에 대해 “노인 봉양은 곧 국가에 대한 충성과 똑같은 소중한 의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국가를 지키듯 노인분들을 봉양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의지는 이미 해병전우회의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입증됐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할 때는 반드시 군복을 꺼내입는 노병의 가슴은 여전히 20대 청춘에 머물고 있다. /조태현기자 choth@incheontimes.com
 
 사진설명=이주환 남동구 해병전우회장(맨 왼쪽)과 김경자 부녀회장(왼쪽 두번째)이 부녀회원들과 함께 노인들에게 배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