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은 나의 빈 그릇을 내놓으면, 남이 그릇을 채워 주는 것입니다. 다만 적선이 아닌 영혼을 담은 선물을 주는 것이며, 받는 이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되돌려 주는 것입니다.”
 인천 유일의 대안학교인 강화 마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황선진(53) 교장은 최근 오랫동안 잊혀졌던 ‘탁발’을 꺼내 들었다. 그가 ‘탁발’을 주변사람에게 제안한 것은 지난 7월께. 올 초 개교한 마리학교의 턱없이 부족한 운영비 조달을 위해서다. 황 교장의 제안은 곧 주변에 잔잔한 파장을 불러왔다. 탁발의 본래 취지에 공감한 인천지역 인사들 70여명이 동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5일 오후 4시 인천시 남구 학산문화원 3층 회의실에서 ‘탁발원탁포럼’을 개최했다. 과거 화백제도를 본 따 합의식으로 진행한 이 포럼에서는 탁발의 본래 의미를 새기고, 탁발문화를 사회에 넓게 확산시키기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오는 20일 인천 롯데백화점 8층 샤롯데홀에서 열리는 ‘탁발시장’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탁발시장에는 참여인사들로부터 기증받은 소장품들은 물론 마리교육생협에서 만든 유기농 쌀과 다양한 농산품들이 판매된다.
 황 교장은 이에 대해 “이제는 마리학교를 당당히 드러내고 그동안의 성과와 과제를 펼쳐보이기 위해 과감히 탁발을 사회의 화두로 꺼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탁발의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마리학교의 생존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학교가 제도권내에서 국가와 자본이 원하는 사람을 재생산하는 기관이라면 대안학교는 시민사회와 학부모, 학생 개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자질과 능력을 개발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현재 마리학교에는 중등과정 18명이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고등부와 대학부까지 함께 운영할 계획입니다”
 황 교장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 1월에는 서울에서 대대적인 탁발시장을 열 계획이다. 탁발문화를 더욱 확산시킬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도에서다.
 이번에 여는 탁발시장의 모금목표액에 대해 황 교장은 “탁발은 원래 주는 대로 받는 것으로 목표액은 없다”며 말했다.
 황 교장은 강화태생으로 다섯 살부터 인천에서 살아왔으며,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다 지난 99년 고향 강화로 돌아와 대안교육에 투신해 오고 있다. /조태현기자 choth@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