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 치고 옆집 항의 한번 받아보지 않은 사람 없었을 게다. 프로급 연주자들이야 ‘라디오 볼륨 줄여달라’는 애교어린 항의에 그칠 수 있지만, 초보 연주자는 담방 얼굴 붉어지는 상황에 직면하기 일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지난달 20일 인천 제물포역 맞은편 옛 동양컴퓨터학원 자리에 문을 연 ‘냉천·일주 음악사랑방’을 찾으면 해결된다.
 여든을 훌쩍 넘긴 전 대학교수가 사재를 털어 젊은이들은 위한 연습공간을 만들었다.
 전 경인교대 교수 김순제(83·사진)씨는 “마지막 할 수 있는 일이다 싶어 했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사위 김용호씨의 적극적인 권유와 건물주인의 따뜻한 배려가 합쳐진 이 음악연습실은 ‘냉천·일주 음악사랑방’. 장인과 사위의 호를 따 붙였다.
 인천지역의 민요 발굴자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김씨는 여든이 되던 해 러시아 페테스브르크 국립음악원에서 ‘유학’까지 했다. 3년간 러시아에 머물던 김씨는 러시아의 음악을 배우고 돌아왔다기 보다 오히려 우리전통음악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노력으로 러시아 국립음악원에 ‘한국음악’ 전공과정이 생겨났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그는 평소 젊은 음악인들이나 학생들이 연습할 공간이 없는 점을 안타까워하다 사위의 적극적인 권유로 이번에 음악사랑방을 연 것이다.
 사위 김씨 또한 인천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평고와 제물포고, 도화기계공고에서 화학을 가르치다 얼마전 정년퇴임 한 그는 음악교사로 오해받을 정도로 음악사랑이 유별나다. 최근 출범한 인천예술원 산하 클라리넷앙상블 대표를 맡고 있다.
 음악사랑방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늦게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요청할 경우, 문닫는 시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원할 경우에는 무료로 섹소폰이나 클라리넷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악기는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032)884-8831 /글·사진=김주희기자 kimjuhe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