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짐진 분들 다 여기로 오세요.”
 내 한 몸, 내 가족 건사하기도 힘든 판에 그런 데가 어디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준모씨(41·해인교회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사)내일을 여는 집이 바로 그런 곳이다.
 ‘내일을 여는 집’은 IMF의 한파가 불어닥친 98년 노숙자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문을 열었다.
 정리해고·파산 등으로 가정을 등지고 살던 남성 노숙자들이 찬바람을 피해 쉬면서 재기의 의지와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쉼터로 시작된 이 곳은, 사회안전망이 불완전하기만 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을 잃어버린 여성과 가족들을 보살피는 ‘여성 및 가족쉼터’와 가정폭력·쪽방상담소, 노인인력지원기관까지 확대되면서 지역사회 복지의 적잖은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목사 부부가 운영한다고 해서 교회 단위의 봉사활동 정도를 생각한다면 오해다.
 여성 노숙자와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자활 지원을 위해 계양구에 ‘내일을 여는 사람들’이란 식당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꽃꽂이 모임 회원들이 인테리어를, 지역 부녀회 회원들은 식당 영업을, 유명 다도강사는 식당에 나와 전통차 대접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노숙자들은 도움만 받는 게 아니라 계양구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은 ‘재활용센터’에서 스스로 돈을 벌고 기술을 배우면서 사회로의 재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이 곳은 노숙자들의 자활과 함께 환경 등 공공적 성격을 갖는 부분의 업무를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지역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민간 사회 안전망의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IMF 초기엔 고학력 실직 노숙자가 많았는데, 이들은 2000년 이후로는 그나마 어떻게든 길은 찾아가더라구요, 이는 결국 못배우고 기술 없는 사람들만 지위의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뜻이죠.”
 우리사회의 ‘빈곤의 대물림’ 현상을 안타까워 하던 그는 또 하나의 걱정거리를 털어놨다.
 작년부터는 20, 30대 신용불량자와 여성 등 노숙자가 다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제반 여건도 갈수록 나빠지면서 결국 이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 이유는 날로 줄어들고 빈약해지고 있는 지원으로 요약된다.
 우선 병약자와 사회적 부적응자, 자녀 동반 노숙자들을 수용할 쉼터 시설 자체를 마련하는 일부터 전적으로 민간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예전에는 쉼터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공공근로가 우선 배정됐었지만 지금은 그런 배려도 사라졌다.
 장애인이나 모자모호시설 등 타 시설에는 세끼분의 급식비가 지원되지만 노숙자 쉼터는 두끼분밖에 나오지 않는데다, 끼니당 급식비도 1천500원~2천원 정도 하는 타 시설에 비해 낮은 1천329원에 그치고 있다. 타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급되는 수당도 노숙자 보호시설 종사자에게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에 있던 네 곳의 노숙자 쉼터중 한 곳이 문을 닫는 등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이 목사는 정부의 사회복지망이 갖는 사각지대를 커버하기 위해선 지역의 현장을 중심으로 민과 관이 함께 하는 ‘통합 프로그램’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표 참조>
 “사업별로 다양한 실직자 지원활동을 조직하고, 이를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만들어 가는 사회적 안전망과 통합시켜 가야 합니다. 이들도 관심을 갖고 기운을 붇돋워주면 충분히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내일을 여는 집’은 다음달 7일 여성노숙인과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활을 돕기 위한 후원의 밤을 개최한다. 행사장은 계양구 계산동 장미5길의 라보엠 레스토랑이며 오후 1시부터 9시까지다. ☎ (032)543-6330. / 송영휘기자 ywsong200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