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기독교계는 올들어 색다른 사업을 하나 추진하고 있다. 인천에만 90여만명의 신자를 확보하고 있는 개신교가 총연합해 국내 최초로 ‘선교역사박물관’ 건립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를 위해 사단법인 ‘한국선교역사문화원’을 만들어 박물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 중구 송월교회 박삼열(50) 목사는 박물관 건립사업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선교원 건립을 위해 올 출범한 (사)한국선교역사문화원의 관리이사를 맡아 눈 코 뜰새없이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박목사는 그러나 이번 사업에 대한 종교적 해석을 경계한다.
 그는 인천의 역사적 의미를 ‘우리나라 개신교의 첫 시발지로서 근대사의 여명기를 열었던 곳’으로 규정했다. 국내 최초의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 언더우드 목사의 인천에서의 행적과 선교활동은 그 자체가 인천의 역사로서 보존하고 알릴 가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보다 체계적으로 가꿔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역사적 교훈을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자는 바람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지난 4월11일에 열렸던 부활절 연합집회가 사업 추진의 발단이 됐다”고 말했다. 내년 선교 1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순식간에 사업이 진행됐다는 것.
 박 목사와 송월교회 신도들은 중구 자유공원 밑 송월교회의 200평 정도의 목사 사택을 일찌감치 박물관 부지로 내놓기로 했다. 지역내 개신교계에서도 다양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초기 한국교회 관련 유물과 서류 등 2천여점을 확보했으며, 관심있는 지역 인사들이 소장품과 유물들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전시품 수집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내 교회에서는 순회집회를 벌이고 있으며, 문화원 이 사장과 상임위원들은 미국에서까지 순회집회를 갖고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박물관 건립 목표는 오는 2006년. 연건평 1천여평의 규모로 전시회를 수시로 개최, 단순한 박물관을 벗어나 주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즐기고 호흡할 수 있는 종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박 목사는 박물관 건립의미에 대해 “자유공원을 비롯해 청관, 영국 공사관이 있던 파라다이스 호텔(구 올림포스 호텔) 자리까지 인근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지역”이라며 “이곳의 역사를 체계화하고 시대에 맞춰 재해석, 유치원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전국의 기독교인, 외국의 종교 관계자들까지 찾아오는 국내 유일의 선교박물관으로 만들 경우 인천을 알릴 수있는 관광자원으로도 활용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내 정·관계 인사들과 접촉하며 박물관 설립에 필요한 각종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끌어내느라 여념이 없는 박 목사는 제물포고 17회 졸업생으로 영국에서 기독교역사를 2년간 공부했으며, 92년부터 송월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체계화해 이를 후대에 전하는 것 또한 현재를 사는 기독교인의 자세”라고 말하는 박목사. 그는 인천인으로, 기독교인으로 또 한번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글·사진=조태현기자 choth@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