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올들어 처음으로 지방순시에 나서면서 그 첫 방문지로 인천지역을 택한 것은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김대통령의 이번 지방순시는 지난 12일에 끝난 중앙정부의 국정개혁보고회의에 이어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업무보고(국정개혁보고)를 받기 위한 것이다. 어찌보면 관례적인 대통령 업무수행 일정의 하나이긴 하나 그중에서도 인천을 첫번째 방문지로 택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9월7일 인천을 방문하면서 다른 지역에서와는 달리 지역인사들과의 오찬이나 기자회견등의 일정을 잡지 않고 인천시청을 거쳐 곧바로 인천국제공항 공사현장을 둘러본 후 귀경함으로써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인천을 너무 소홀히(?)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있었다. 김중권 비서실장이 인천에 내려와 강연할 때도 이같은 불만섞인 지적이 전해졌다.

 이같은 지역여론을 감안한 청와대는 대통령의 인천방문 기회를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지방순시 첫 일정으로 인천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이 인천을 필두로 취임후 두번째 지방순시에 나선 것은 몇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김대통령은 집권 2년째를 맞아 그동안 경제분야 개혁에 매달려 주춤거렸던 정치분야 개혁에 총력을 경주할 방침이다. 이와관련, 김대통령은 최근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구시대 정치인들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악용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데 대해 내심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같은 구시대적 행태를 반드시 척결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따라서 지역민심이 과연 어떤 것이며 국민들은 진정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듣고 싶었던 것이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지역감정이 더이상 존재해서는 안되며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할 기회를 갖고자 했던 것이다.

 14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김대통령은 「악마의 주술」 같은 지역감정 악용을 「국민의 공적(公敵)」으로 간주해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또 심각한 실업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청취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실업대책을 설명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을 갖고 지방순시에 나섰다. 실업문제 해결을 올 최대의 국정과제로 삼고있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실업대책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 확실히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지방순시 계획중 또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타분야에 비해 개혁이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있는 공공분야, 특히 지방행정 개혁에 대해 가속도를 부여하는 것이다.

 2차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개혁에 앞장서야 할 관료들이 오히려 개혁을 앞장서 가로막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김대통령은 이번 지방순시를 통해 공직자들의 각성을 강하게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지난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공부문의 개혁없이 타 분야의 개혁을 독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여전히 무사안일한 공직사회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아무 일도 할수 없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인식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공직사회의 사기도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므로 이번 기회에 그들을 다독거리면서 개혁의 주체로 거듭 나주기를 당부할 방침이다.

 이처럼 김대통령은 지방순시를 통해 정부의 변함없는 개혁의지를 천명하고 국민과 지방공직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호소할 예정이다.

 지역문제와 관련, 김대통령은 인천에서 지역의 각계각층 인사들을 초청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기자회견도 열어 시민들이 그동안 궁금하게 생각했던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방문때 갖지 못했던 기회를 이번에 갖게된 것이다.

 인천은 특히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국제도시로 웅비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는만큼 대통령의 관심도 각별한 터이다. 2백50만에 육박하는 거대 도시 인천은 정치적으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기도및 서울시와 더불어 수도권이라는 심장부를 형성하고 있어 향후에도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기대된다

.〈이용우기자〉 yongul @ 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