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2000년 4월13일 실시되는 제16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16대 총선은 새로운 천년을 시작하는 21세기 초입에 치러진다는 의미에 덧붙여 21세기 우리의 정치문화나 정치구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대 총선을 만 1년 앞두고 선거구제 등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정치개혁방향과 내각제 문제를 비롯, 정계개편, 젊은층 수혈, 여야의 총선대비 등을 5회에 걸쳐 조망해 본다.

 21세기 한국의 정치지형을 결정할 2000년 16대 국회의원 총선은 무엇보다 여야가 본격 추진할 선거제도 개선 등 정치개혁 작업과 직결돼 있다.

 선거구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자체가 다음 총선의 기본틀인 만큼 그것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선거구도는 물론 결과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결전」으로 인식하고 있는 여야로서는 그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법 협상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여야간 이견이 현격한 만큼 협상의 전도도 어두운 게 사실이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정치권 밖의 압력에 못이겨 여야가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지금껏 실질적 협상착수는 커녕 협상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총리를 비롯한 여권수뇌부가 지난 9일 청와대 「4자회동」에서 내각제 논의를 8월 말까지 중단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정치개혁을 이루기로 합의한데 따라 앞으로 여야 협상 등 정치개혁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공동여당은 정치개혁 단일안 마련 시한을 이달말로 못박고 이번주부터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내각제 문제가 매듭될 때까지 정치개혁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며 우보전술을 펼치고 있어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현재 여야가 거리를 좁힌 대목은 「정치권 대수술」을 갈망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압력에 밀려 299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정도일 뿐이고, 선거구제 등 다른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각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3당3색」의 극단적 편차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국민회의는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결합을 당론으로 택하고 있고, 자민련은 내각제를 전제로 한 중ㆍ대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현행대로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당론을 정리했다.

 특히 정당명부제에 관해 국민회의는 지역구도 타파 및 여야의 전국정당화를 위한 해법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이를 「유정회 부활」이라고까지 비난하면서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선거구제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이 기득권 유지에 최우선권을 두고 출신지역별, 선수별, 계파별로 「10인 10색」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정치개혁 협상 과정에서 최대의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국회 차원의 여야 합의안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시민ㆍ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어쨌든 여야 협상에 따라 결론이 나겠지만 현행 소선거구제가 유지될 것인지 혹은 중ㆍ대선거구제로 바뀔 것인지에 따라 내년 총선의 양상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의원정수만 20명정도 줄이고 현행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종전대로 「동서분할」 현상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전통적 텃밭인 호남과 충청권,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을 각각 석권하고, 서울ㆍ수도권을 포함한 중부권 지역에서 승패가 갈리는 양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 선거구에서 4~5명 정도를 뽑는 중ㆍ대선거구제를 채택할 경우에는 여야 모두 취약지역에서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전국정당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여야 각 당의 지역독점 구도는 완화되는 셈이다.

 중ㆍ대선거구제의 경우 전통적으로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없고 군소정당들까지 포함한 다당제 구도가 생겨나게 되기 때문에,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공동여당의 연정 또는 3, 4당과의 연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중ㆍ대선거구제는 내각제 형태와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에는 최근 사실상 정치재개를 한 김영삼 전대통령과 구 민주계 인사들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이나, 5공인사들의 보수신당 창당 가능성, 진보정당의 창당 움직임 등에 토양을 제공하게 될 소지가 적지 않다.

 이밖에 지난 85년 신민당 돌풍을 일으켰던 「2ㆍ12 총선」 당시 적용했던 1구 2인제의 중선거구제가 채택될 경우에는 현재 원내 1, 2당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국민회의가 득을 보게 되는 반면, 자민련은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