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청와대 정무수석의 정계개편론에 이어 김종필총리와 김용환 자민련 수석부총재의 내각제 관련 발언이 이어지면서 여권공조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 파동 이후 수면밑으로 가라앉았던 양당간 신경전이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자민련은 김정길수석이 지난 22일 국민대 정치대학원 조찬간담회에서 비록 사견임을 전제했으나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로의 창당이나 큰틀의 정계개편』을 얘기한데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않고 있다.

 김총리가 즉각적으로 국회 예결위에서 강도높은 내각제 발언을 한데 이어 김용환 부총재가 『내각제 약속을 피해보려는 저의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자민련의 기류 저변에는 이념ㆍ정책적 연합이라면 자민련을 배제시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깔려있다.

 자민련 김부총재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김수석의 발언에 대해 『기가 막히고 안타깝다』 며 비난을 쏟아부었다.

 김 부총재는 특히 김대중대통령의 16대 총선 연합공천 발언과 관련, 『상호간에 신뢰의 토대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총선에서의 여ㆍ여 공조를 위해서도 내각제개헌이 선행돼야 한다는 등 내각제 소신을 강조했다.

 자민련 지도부의 이같은 행보는 곧바로 내각제 총공세가 발화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 서상목파동 이후 보름도 채 되지 않아 내각제 휴전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김부총재는 김수석 발언에 대해 정면공격을 시도하면서도 하면서도 자신의 언급을 『김수석의 발언에 대한 코멘트일 뿐』이라는 토를 달았다.

 내각제 휴전상황에서 김수석의 돌출성 발언에 대한 자민련의 대응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따라 정치권은 일단 김수석과 김부총재의 일전이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를 유보한다는 여권 수뇌부의 합의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내각제 논의 중단 배경을 설명하면서 『경제회생을 위해 정성을 모아야 하며 다른 문제로 이를 흐트려 놓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수 차례나 강조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현상황에서 양당이 내각제와 관련 어느 한쪽이 공격해 오면 다른 한 쪽은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을 감안할 때 이번과 같은 치고 빠지기식 신경전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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