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상(像)으로 나타내어진 육신과 눈으로 볼수 없는 정신, 그리고 생명력의 본체인 氣의 삼자로 구성되어있다. 천지간에 존재하는 만물중에 가장 존귀한 존재는 바로 인간이며, 만유와 함께한다.
 육신과 생명력만으로 논한다면 사람 역시 금수와 다를 바 하나도 없겠으나 사람에게는 사람으로서의 본성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금수와 구별되는 것이며 그 본성을 갈고 닦아 완성의 길로 향해 나아가는 것을 우리는 흔히 인격과 수양이라 말한다. 육신과 정신과 氣는 각자 다른 것 같으나 정신은 육신에 의해 존재하고 육신의 기는 정신에 의해 존재하니 氣란 바로 타고난 운명의 운행(사주팔자)을 말함이다.
 “선생님이신교? 여기 밀양에 정인자라예.” 얼굴 한번 본적 없는 미쓰정은 꽤 오래된 단골 고객으로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노처녀다. 62년 11월22일 축시생인 그녀는 38세인 5년전 변심한 애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구룡사에 불공드리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필자의 고객으로부터 소개받아 맺게 된 특이한 인연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어? 하는 일은 잘되고?” 지난해 내림굿을 받아 당연히 무속인으로 힘들게 살겠거니 했더니 의외로 목소리가 밝고 경쾌했다.
 경금일주가 동짓달이면 따뜻한 불이 필요하다. 이 사주에서 불은 관성으로 남편을 나타내는데, 時天干에 있는 한점의 불(丁火)은 꽁꽁 얼어있는 축토위에 가물가물 꺼져가고 있다. 이 불(丁火)을 살리려면 절대적으로 나무(木)가 필요한데 년지나 일지에 있는 寅木은 겨울나무라 태양이 없으면 불을 피울 수가 없다.
 이렇듯 사주에 필요한 부분이 상호 보완이 안되면 생각하는 사고가 건전치 못하고 그러다 보니 빈천하게 살 수밖에 없는데 19세때 이미 유부남과의 동거에서 두 번의 낙태로 불임을 선고받고 결혼은 꿈에도 생각못하는 심성만은 착한 여자다. 그간 술집을 전전하며 힘겹게 번 돈은, 작정하고 꼬드긴 남자의 꼬임에 빠져 다 날리고 마지막으로 선택했다던 무속의 길도 그만둘 모양인지 노인의 생년월일을 불러 주면서, “쬐만한 건물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기라예. 지 앞으로 등기해준다카이 살라고 합니더.”
 사람이 자연의 도에 순응하지 않고 어떤 일을 무리하게 인위적인 작위에 의해 성취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그녀는 잘 모르는거 같다.
 다음 ; 옥추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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