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아닌 김치냉장고, 꽃 아닌 꽃병」

 고위층 집 전문절도범 김강용씨(32)가 안양경찰서장과 용인경찰서장의 집에서 훔쳤다고 주장한 돈은 일반인의 상식에 어긋나는 김치냉장고와 꽃병에 각각 보관돼 있었다.

 김씨의 주장과 피해 당사자들의 피해액수에는 차이가 있지만 피해자들은 왜 하필이면 김치냉장고와 꽃병에 돈을 보관한 것일까.

 냉장고에 돈을 두었다가 잃어버린 배경환 안양서장은 돈을 둔 장소에 대해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도범 김씨는 『안양서장 관사에 들어가 방을 아무리 뒤져도 돈이 없어 냉장고를 여니까 김치가 봉지에 싸여 있었다. 이를 흔들자 밑이 빈 느낌이 들어 열어보니 봉투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태열 용인경찰서장도 돈을 꽃병 속에 넣어뒀으나 절도범에게 들통이 나고 말았다.

 유서장은 『당시 용인서장으로 발령받아 직원 회식 등을 위해 아내가 은행에서 돈을 찾아 와 거실 꽃병 속에 넣어 뒀다』고 밝혔다.

 이들 두 서장은 일반인들이 통상 장롱이나 서랍, 이불속, 침대 매트나 카펫 밑, 액자 뒤, 옷장의 옷 등에 보관하는 상례를 벗어나 나름대로 「안전한 곳」에 보관한 흔적이 있다.

 절도범 김씨의 주장에 대해 피해당사자인 두서장은 제각기 피해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시민들은 어떻게 냉장고안에 거액의 돈을 보관해 왔는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통장에서 찾은 돈을 꽃병에 넣어둔 것과 잘쓰지 않는 냉장고를 금고처럼 사용해온 두 서장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잃어버린 돈의 출처에 대해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변승희기자〉 shbyun@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