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얼마나 많은 신진인사들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젊은 일꾼 수혈론」 제기 이후 새로운 인물 영입문제가 여야 각당의 주된 이슈로 부상했고, 시민ㆍ사회단체와 젊은 정치인, 재야인사 등을 중심으로 한 「개혁그룹」이 속속 형성되면서 16대 총선의 「인재 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젊은 일꾼 수혈」이라는 화두를 처음으로 던진 이후 지난 9일 김종필총리 등 여권 수뇌부와의 조찬회동에서도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은 공히 젊은 세대를 영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21세기를 맞아 새천년 시대에 부합할 수 있는 참신한 인물들을 정치권에 대거 진입시킴으로써 정치개혁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새 정부 들어 실시된 수차례의 재ㆍ보선에서 유권자들이 인물중심으로 투표를 하고 있음이 드러났고, 특히 구태에 물든 정치인 보다는 새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게 사실이다.

 또한 최근 한 언론사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16대 총선에서 현역의원을 다시 뽑지 않겠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새로운 인물을 갈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여야 모두 다음 총선에서는 대폭 물갈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민회의의 경우, 62개 사고ㆍ미창당 지구당과 함께 98개 원외위원장 지역이 우선 교체 대상이 되고 있으며 현역 의원들도 상상 이상으로 물갈이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세대교체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는 하지만 젊은 세대가 말 그대로 젊은 인사들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김대통령은 『젊은 세대 수혈론이 세대교체를 말한 것은 아니다』며 노ㆍ장ㆍ청 조화론을 강조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개혁 마인드와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전문직, 신지식인, 벤처기업인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현재 여권에서는 청와대와 국민회의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영입 대상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정치연구회」 「젊은 한국」 등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들이 수혈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국민회의 김근태 부총재 등 재야출신 의원들과 학계, 법조계 등 300여명으로 창립한 국민정치연구회는 회원의 정계진출 지원을 목표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지난 8일 국민회의 김민석의원 등 이른바 「386 세대」를 중심으로 결성된 「젊은 한국」도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8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표시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작년 12월 발족한 「민주개혁국민연합」도 최근 실업대책과 정치개혁연구센터 설립 등의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여권의 잠재적인 「수혈」 가능 세력으로 대기하고 있다.

 이들 개혁그룹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사로는 이재정 성공회대 총장, 이돈명 변호사, 윤영규 전 전교조위원장, 배종열 전 전농의장, 원희룡 변호사,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 전 전대협의장 등이 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빼놓을 수 없는 수혈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인 박원순 변호사, 소액주주 운동으로 유명한 장하성 고려대교수,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각계 전문가그룹과 벤처기업인 및 신지식인 등도 수혈원으로 꼽힌다. 공연기획 전문가 S씨, 국내 상위랭커 회계법인 경영진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능력을 발휘한 K씨, 유명 영어강사 O씨, 영화감독 L씨, 장애인이며 컴퓨터교사인 Y씨, 로봇설계회사대표 K씨, 벤처기업협회장인 L씨 등이 그들이다.

 「젊은 층 수혈」은 비단 여권의 화두만은 아니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일단 김대통령에게 선점당하기는 했지만, 21세기형 인재를 일컫는 「새정치 세력」을 영입하는 것으로 여권에 맞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비롯,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경제자유찾기 모임」 등 당내 외곽 조직을 「21세기형 인재 충원」을 위한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또한 16일 경북을 시작으로 5월말까지 전국 시ㆍ도지부에 청년위를 결성키로 하는 등 청년조직 재건에도 큰 관심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여야의 젊은층 수혈은 내달 중순께 치러질 서울 송파갑과 인천 계양ㆍ강화갑 재선거에서 그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어떤 면면이 유권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