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IMF가 터지고 실직자와 노숙자가 양산 될 무렵, 어느 초등학교에서 「현장실습」이라는 것을 「롯데월드」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즘은 소풍이 「현장실습」으로 바뀐 모양이다. 그런데 「롯데월드」에서 현장실습이라!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누구도 알듯이 롯데월드는 놀이기구에다 아이들 유혹하는 화려한 상품만이 그득하다. 한번 가면 웬만한 사람 이틀치 일당이 깨지기 일쑤다. 현장실습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 같다.

 또 이해가 가지 않는 한가지. 「소년○○일보」를 전학년내지는 몇 개 학년이 빠짐없이 본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에 다닐 때 「소년○○일보」는 아이들에게 굉장한 인기가 있었으나 어려운 시절이라 부잣집 아이들이나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집에서 신청해서 보았다. 그런데 거의 전학년이 본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 어떤 선생님들은 반에서 『안 볼 사람 손들어』라고 한다. 아니면 「소년○○일보」에 나오는 문제를 숙제를 내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렇게 되면 결국 거의 빠짐없이 볼 수밖에 없지 않는가? 더욱 문제는 전화를 걸어 모의 하였더니 『다른 학교도 다 그렇다』 『현장실습은 부모 동의를 다 받은 것이다』라는 대답이다.

 심각한 문제의식과 아울러 서글픔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문제제기를 하면 아이가 학교에서 불이익 당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에서 눈감아 버려야만 하는 서글픔. IMF라는 괴물과 싸우기도 벅찬데 이런일을 감수해야만 하는 경제적 어려움. 정말 이런 것은 부모의 무능력과 비굴함으로 대치될 성질의 것이 분명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결론 지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

 예전 우리 아버지들이 한창 젊었을 무렵. 먹고 살기 힘들어 애들 교육에는 거의 등한시(?) 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 그래도 아이들은 씩씩하게 잘 자랐다. 물론 부모 덕분임에 말할 나위 없다. 어찌보면 참견과 간섭이 아닌 무의식적 자율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정이 의연하게 만든 근본적 요소가 아닌가 싶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환경이라고 말하면 과장일까!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자연스런 환경보다 더 발전된 환경이 조성되려면 문제에서 파생되는 서글픔 같은 종류의 감정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