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마지막 밤을 잠으로 보내기는 아깝다고 시집간 시누이가 고스톱을 치자고 졸라대어, 마침 다음날 강의도 없고 해서 늦게 일어나도 되겠거니 하는 편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샜다.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문자메시지 신호음이 자기 한번 봐달라고 끝까지 울어대며 성가시게 하였다. 많이 마신 술기운 탓도 있지만 팔을 벌려 집으려하니 전화기가 손에 미치지 않아 귀찮아 그냥 모른체 하려다 혹시나 아침 일찍 온 메시지라면 급한 용무겠거니 싶어 잠결에 보았더니 총선을 의식한 무작위 새해 안부 인사였다. 그리고 연이어 울어대는 메시지 때문에 짜증나 잠자리서 일어나고 말았다.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다. 마음은 행동을 지배한다. 그래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이 마음의 존재를 전혀 알 길이 없다. 마치 움직이지 않은 물이 공기가 수면을 스치면 그 물이 움직이듯이 (다만 그 움직이는 정도가 너무 미세하므로 사람이 이것을 감지하지 못할 뿐) 사람의 마음도 이 물과 같다. 마음속에 바람이 이는 것은 미세한 일이라 한번 움직였다 하면 그 움직임에서 정도와 방향을 짐작하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상대를 사로잡는 기틀이 된다.
 금년에 총선이 있다보니 국회에 뜻을 둔 분들이 필자와 상담하기를 요청하는 분들이 많다. 대다수가 명예와 권력에 집착되어 의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분들 가운데 유독 소신이 있어 보이는 한 분과 간단하게 소주 한잔 나눌 기회가 있었다.
 대체로 좋은 인상을 받고 이런 분이 국회에서 활동을 한다면 하는 바람으로 있었는데 무작위 문자 메시지를 받고 보니 마음이 칙칙했다. 이 분에게는 천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욕심이 앞섰던거 같다. 진정 마음을 움직이려면 아무에게나 보내는듯한 광고 문자메시지와 같은 인상을 심어주기 보다는 한 개개인에게 성의를 가지고 메시지던 전화를 걸어주는 것이 천사람을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깨닫지 못한것 같다. 그 한사람이 진정으로 감동을 받는다면 천사람의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음을, 가뜩이나 국민들은 상업 문자 메시지 공해로 노이로제에 걸려있는데.
 마음이란 간사하여 마음이 한번 움직인 뒤에는 이 마음이 거꾸로 이해라든가 욕심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의하여 흔들림을 당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처럼 변덕스러운 것이 없어 필자도 살면서 마음 관리하기가 가장 어려웠던거 같다.
 
 다음;상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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