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교민
 ‘중국생활이 익숙해지면 한국에서는 도저히 살아 갈 수가 없다.’
 중국에서 살고 있는 교민들이 흔히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의 물가가,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것. 이른바 21세기 신 귀족 생활을 중국에서 맛보게 되는 것이다.
 국내와 다름없이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갖춰진 베이징의 한인타운 ‘왕징(望京)’은 중국과 한국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왕징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인근 아파트 단지까지 포함해 베이징 한국교민들은 약 2만여명. 한글 상호의 각종 음식점에서 잡화·화장품·커피·반찬 등 여러 상점들과 방앗간까지 국내의 한 동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웨이하이(威海)나 칭다오(靑島)도 마찬가지. 대형 할인마트에는 한국물품들만을 따로 모아 진열해 놓는 코너가 별도로 만들어져 있는 상태다.
 껌, 치약, 라면, 고추장, 과자 등 소소한 생활용품에서 화장품 등 다양한 국내 제품들이 전시돼 교민들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복잡하고 빠듯한 한국 생활을 벗어난 30∼40대의 중국 생활을 살짝 엿본다. 
 남자들에게 있어 중국은 직장으로 부터의 탈출구다.
 모기업 북경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38)씨는 지난해 중국으로 건너갔다. 요즘 회사 내에서 북경지사 근무 희망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경쟁자를 제껴야 했다는 것.
 “30∼40대들 가운데 중국에서 생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아이들이야 국내 교육비보다 저렴한 가격의 국제학교를 보내면 중국어와 영어를 기본적으로 배우니 다행이구요. 직장인들은 국내 본봉의 70∼80% 정도만 받게 되지만 갖가지 수당이 붙어 수입도 짭잘한 편입니다” 
 이런 탓에 회사 내에 줄이나 빽을 내세우지 않고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사실 한국에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윗사람들 눈치 보면서 일해야 하지만 여기는 기껏해야 상사가 1∼2명 정도면 많은 셈이니까요. 나머지는 중국 현지인이나 조선족 등이지요. 이것저것 신경 안쓰고 편안히 일도 할 수 있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랜기간은 아니지만 최대 3년 동안은 배우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자신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거나 골프 등 스포츠도 즐기고 아이들과의 시간도 갖는 등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전한다.
 개인적으로야 편하디 편한 생활이지만 디른 한편으로는 문제점도 적지않다.
 “대부분 중국주재는 회사별로 인기가 높아 2∼3년 정도 돌아가면서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중국 공무원들을 알만하게 되거나 현지사정을 알고 무엇인가를 벌일 수 있겠다 싶을때 자리를 떠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지요. 계속 반복되면 한국 기업의 중국 정책과 공략은 안면트기 수준에 그쳐 늘 제자리 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자들에게도 중국은 또다른 관점의 해방구다. 적은 돈으로도 가지가지 혜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땅 덩어리가 넓다보니 열대 아열대의 값싼 채소, 과일들이 즐비한데다가 한국 교민이라면 조선족 가사도우미 1∼2쯤은 누구나 고용하고 있다. 청소, 빨래, 밥 짓기등에서 부터 국내에서는 까다롭고 가격도 비싸다는 아이돌보기 까지 한국 돈으로 매월 15만원 정도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게다가 한국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인근 비디오가게에서 영화테입까지 배달시켜 보고 있노라면 중국과 한국과의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중국 현지에서 어지간한 수준의 한국 부인들이 기사가 딸린 승용차에 날마다 골프 모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그룹을 만나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남편 월급으로 이런 생활을 꿈도 못 꾸지요. 다시 돌아갔을때 부엌떼기 정말 자신없는데 어쩌죠?”
 남편을 따라 중국 생활 1년이 조금 넘은 이모(39)씨의 말이다.
 처음 중국 올때만 해도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는 주변의 걱정이 있었다고.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한국의 가족들에게 너무나 살기 좋은 곳이라며 여름·겨울로 초대하고 있다는 것.
 “대부분 한국사람들끼리 모여 살게되는데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백화점도 다니면서 쇼핑도 하고 친목모임도 만들고 하루종일 어울려 다니면 시간 가는 줄도 몰라요. 한국에서 이런생활은 일반 주부가 상상하기 힘들다고 봐야죠.”
 특히 한화 3천원 정도 부터 시작하는 각종 마사지는 여성들로 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상에서 교민들이 산악회, 축구, 태권도, 암반타기 등 갖가지 동호회 들이 활발히 조직돼 자신이 원하는 취미활동을 하는 등 풍요로운 생활의 활력소가 지천이다.
 김씨는 “주재원인 남편의 근무기간이 한정돼 있어 아쉽지만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며 “다만 귀국 후 아이의 교육이 걱정되지만 한국 유학생으로 부터 과외공부를 시키고 있어 별 문제는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이은경기자> bulgo@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