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천에 아시아본부를 두고 전자쇼를 연다고 합시다. 아마 수 천명의 세계 바이어들이 빌 게이츠를 따라 인천에 들어오겠죠. 한국경제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안겨줄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지 않습니까.”
 여의도 면적의 70배에 달하는 6천336만평의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관장하고 있는 이환균 초대 경제자유구역청장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예로 들며 경제자유구역의 성패가 외자유치여부에 달려있음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로·항공로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라고 인천 경제자유구역 조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최근 경제자유구역내 투자기업을 위한 노동·교육·의료 개방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에 대해선 “사실 경제특구란 것이 특혜를 주기 위한 에리어(Area) 아닙니까. 경제특구 조성의 성패가 투자유치에 달린 만큼 외자유치를 위해선 특혜라는 개념을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라며 ‘개방론자’다운 소신을 밝혔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시간 동안 그는 시종일관 확신에 찬 의욕을 보였으나 일부 특례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과 제도보완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는 스스로 답답한 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와 인천시 주도로 경제자유구역 조성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 청장이 생각해온 경제자유구역 개발구상과 차이는 없는가.
 ▲(경제자유구역 조성에 있어)많은 것이 준비됐고 적어도 국내문제에 있어서는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외국교육기관 및 의료기관 유치를 위한 특례법 및 조례제한 특례법 등 경제자유구역 조성을 지원할 관련법규가 아직도 정비되지 않고 있다.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
 또 많은 비즈니스가 아직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이제막 출발선에 선 만큼 관련법규 개정을 위한 관련부처와의 조율과 외자유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선 인천이 아닌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반경을 넓혀야 한다.
 ―중국 동부지역 연안도시는 이미 10여년전부터 경제자유구역 도시를 지향해 왔다. 중국 도시와의 경쟁구도 속에서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장점과 비전은.
 ▲다국적 기업 입장에서 보면 방대한 중국시장을 겨냥해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연구개발(R&D), 마케팅, 물류지원, 관리기능은 다른 곳에 두는 리스크 회피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라는 불안감이 인천에겐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천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최상의 후방 기지라는 이점을 갖고 있다.
 특히 홍콩은 중국영토이고 싱가포르는 도시 인프라가 다소 낡았다. 일본은 중국과 역사적으로 상호경쟁 관계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을 볼때 인천 만한 곳이 없다.
 ―취임식에서 ‘미래는 속도(speed)경쟁사회’라고 강조했는데.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은 국가생존 전략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특히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할 2008년을 전후해 동북아경제권이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이때가 바로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진입할 수 있는 경쟁력의 시한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향후 5년안에 중국이란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들지 않으려면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인프라 조성을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천의 동북아 경제 허브를 위협하는 중국내 경쟁도시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중국은 지난 79년 외자도입을 위해 상하이 등 3개 지역에 경제특구를 설치한 이래 84년 푸둥지구로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연간 400억∼500억달러의 외자가 투입되고 있으며 이제는 이를 활용, 외국에 역투자하고 있다. 일본도 이에 위협을 느껴 지난해부터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인천은 기업환경에 있어 이들 도시와 비교, 열악한 것이 사실이나 지정학적 위치나 공항과 항만을 중심으로 한 물류 인프라, 풍부한 제조기반을 적극 활용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학교와 의료기관 유치를 위한 특례법 제정 및 노동문제를 놓고 이해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적 제도나 관습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시각을 외국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지 얼마 되지않은 만큼 외국투자자들에게 투자 메리트가 있어야 투자할 것이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내국인의 입학과 진료 허용 등은 외국기업에게 투자 메리트가 될 수 있다. 이제 세계경제는 다국적기업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환경 조성과 함께 정주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그간의 외자유치 성과와 전망은 어떻게 보나.
 ▲송도신도시내 167만평 부지에 대한 업무단지 조성을 위해 미국 부동산투자회사 게일사로부터 127억달러의 투자약정이 맺어진 상황이고 1단계로 지난달 말 부지매각 대금으로 5천만달러를 받았다. 또 에이즈백신연구소인 셀트리온으로부터 1억5천만달러를 유치했다.
 이 밖에 현재 국제특송 4대 업체인 FedEx와 UPS, DHL, TNT사 등의 아시아·태평양본부 유치전이 본격화되고 있고 유니버설 픽쳐스 및 MGM, GM, IBM 등 세계적 리조트 기업 및 다국적 기업과 투자유치를 위한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장관 출신으로 일개 지방관리관(1급)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오래전부터 ‘동북아 허브’를 구상해온 만큼 팽팽한 긴장감을 느낀다. 건설교통부 장관을 끝으로 30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한 지난 98년 이후 2년반 동안 미국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에서 ‘한국경제의 반성과 새로운 도약전략’이란 주제로 인천의 동북아 경제허브전략에 대해 연구활동을 펴왔다. 구상을 실행에 옮기게된 만큼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과 조직의 역량을 결집시켜 반드시 경제자유구역을 성공시켜 나가겠다. <박주성기자> jspark@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