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역학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S그룹에 다니는 김과장도 얼마전 신문에서 봤다며, “남들이 어려울 때일수록 예원장은 바쁘게 돌아가니 술한잔 사야 되는거 아니야?”하며 노골적으로 술한잔 사기를 권했다.
 “경제가 어려워 배운다기 보다 이제 조금씩 역학에 대한 인식이 깨어난다는 증거겠지.” 필자가 나름대로 아는체를 하자, “서구인들 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역학이 불모지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게 문제야.”
 요사이 제법 역학에 관심을 갖는 그가 기특해, “역학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문화와 함께 발달해 왔는데 수천년의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모지라니 그건 어불성설이야. 그러나 그 말만큼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한 말도 없을거야.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역학은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학문으로서의 발달에 많은 저해를 받아왔거든.”
 이제 백년이 조금 넘을까 말까한 기독교 문화로 인해 역학에 대한 사회의 그릇된 인식이 우리나라에서 역학의 존립을 위협했고, 그 결과 역학의 위상이 정립되지 못했고 계도할 만한 여건도 갖추어지지 못했다는데서 필자 역시 부끄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어 그 친구에게 열변을 토했다.
 ‘역’이라는 이름은 말하자면 그 의의가 보편적이고 심오하고 광대 무한해서 성인이 아니면 그 밑바닥까지 내다보기 어려운 학문인데 사람들은 맹인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제 마음대로 판단하여 말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
 역은 천지의 본질이요, 개인의 근원이라는 것을 모르고 곡해와 망상을 일으켜 종종의 과오를 범하고 있으니 세상 사람들이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거 같다.
 수많은 중생 틈에 자기가 왜 우주의 한가운데 서 있는가 혹은, 너른 지구 위에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 한번쯤 생각해 볼터인데 역학이란 말만 들어도 가공적인 망상이나 미신이 아닌가 의심부터 하려드니 실로 답답하다.
 서양철학은 이성과 논리를 내세워 자연을 해부하고 분석함으로 그것을 객관적 지식으로 파악하지만 역은 천지의 본질인 자연 그대로를 두고 평가하는 초월적 신비 그 자체임을 알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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