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다던가, 천하다던가 하는 것은 “부귀란 천지가 순환하듯 끝났다가는 다시 시작되는 순환의 이치와 같은 것이다”라고 송대 재상을 지낸바 있는 여몽정이 쓴 ‘파요부’의 고사를 보면 부귀빈천의 실상을 파헤치고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하려는 이의 사상이 엿보이는 내용들이 많다.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풍운의 조화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조석으로 뒤 바뀌는 화복의 명운이 있다. 지네는 발이 많아도 발 없는 뱀보다도 빠르지 못하고 닭은 날개가 크다해도 날개 작은 새 만큼 날지 못한다.
 말은 천리길도 하루에 닿을 수 있지만 고삐로 인도하지 않으면 스스로는 갈 수 없듯, 사람 또한 제아무리 원대한 포부를 품었다한들 운이 닿지 않으면 출세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세상에서 으뜸가는 공자도 진나라에서는 곤궁함을 면치 못했고 무략(武略)에 뛰어난 강태공 역시 위수에서 낚시대나 두리우고 있었던 것은 모두 시운을 만나지 못함이다. 천하에 도척이 장수하긴 했으나 죽은 뒤까지 선량하단 소릴 듣지 못했고 안회(顔回)는 비록 단명했으나 악한 사람이란 소릴 듣지 않았다. 요임금과 순임금은 지극한 성인이나 못난 자식을 두었고 고수란 자는 위인이 어리석었으나 성인 재목의 자식을 두었었고 장량(張良)은 본래 한낱 평민에 지나지 않았으나 현리(縣吏)라 불리웠던 일 역시 시운이다.
 어떤이는 경륜과 학식이 뛰어났으면서도 백발이 되도록 과거에 오르지 못하는가 하면 식견도 없고 학문 또한 얕으면서도 소년에 등과하기도 하니 이 또한 시운이다. 먼저는 부유하나 뒤에 가난해지며, 먼저는 가난하나 뒤에 부유해 지기도 하듯, 하늘이 때를 얻지 못하면 일월이 빛을 잃고, 땅 또한 때를 얻지 못하면 초목조차 키워내지 못하며, 물 역시 때를 얻지 못하면 풍랑이 잠들지 않으니 사람이 시운을 만나지 못한다면 좋은 운에 통할 수가 없는 것은 자연의 이치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대저 사람이 태어나 세상을 살아갈 때 부귀한 자라 하여 추앙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빈천한 자라 하여 업신여겨서도 안된다. 이는 곧 천지가 순환하듯 끝났다가는 다시 시작되는 순환의 이치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파요부는 이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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