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에 불어넣은 투박한 아름다움오늘날 한국 현대도자의 양상은 우리의 도자기법을 재생시키고자 하는 전통 도자예술에 대한 페이소스와 현대조형 예술의 한 장르로서 도자예술의 동시대적 미의식을 구현하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삼국시대 토기나 나말ㆍ여초의 녹청자에 대한 연구, 그리고 고려청자와 조선시대 분청사기ㆍ백자의 재현 등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한편으로 이를 현대적 미감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시도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 도제교육을 통하여 도예를 공부하고 있는 작가들은 전자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작가들은 후자에 더 몰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어쨌든 전통도자예술에서 비롯된 맥을 짚으면서 현대적 문맥을 가미한 실험정신 속에서 한국적 창작도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는 공통적으로 부여된 숙제인 것 같다.

 김미옥 교수(金美玉ㆍ54)역시 한국 도예계의 중진으로서 이러한 조류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며 작업하고 있는 맹렬 여류작가이다. 한국 공예가협회 도자분과 위원장으로서 그가 주도해 온 일들은 남자로서도 벅찰 만큼 크나큰 정열과 에너지가 필요한 것들이었다. 성과 여부를 떠나 그가 90년대에 들어와 한국 현대 도예를 세계 속의 그것으로 위상정립 시키기 위하여 힘쓴 노고는 특기할 만 하다.

 「95 한국의 이미지전」(우즈베키스탄) 「카이로 국제 도자기 비엔날레」(이집트) 「터키 문화부 초대전」 「이태리 국립박물관 초대전」 「스웨덴 동양박물관 초대전」 「불가리아 국립 문화궁전 초대전」 기타 루마니아, 벨기에, 체코 등지의 초대전에 한국 공예가 협회 회원들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는 과거 찬란한 전통을 가진 한국 도자예술의 명성을 재확인시키고 세계 각국과의 교류를 통하여 현대 한국 도자예술의 폭과 깊이를 한차원 높이자는 데 그 취지가 있었다. 말하자면 한국 공예가회는 그의 회장 재임중 또는 그의 주도하에 1991년 미국 LA전을 시작으로 92년 중국 북경전, 94년 일본 오사카전, 95년 일본 오에쓰전, 96년 터키, 이태리, 이집트전, 97년 이태리 로마전, 98년 루마니아, 벨기에, 체코전을 통하여 해외에 우리 도자예술의 진수를 널리 알리는데 기여해 온 것이다.

 김미옥은 1946년 인천 송현동에서 출생했다. 아버지 김은동(金殷東)선생은 인천에서 오랫동안 공무원을 역임한 분으로 주변의 존경과 신망을 받은 청백리였다. 송현초등학교 시절 공부는 물론 무용, 음악, 미술등 예능 방면에 특기가 있었다. 그후 홍익미대 공예과 및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김미옥은 홍대, 인천대, 강릉대 등에 출강하며 국전(5회 입선), 대한민국 상공미술전람회(특선), 동아일보 창작 공예 공모전 등에 출품하며 신예 도예가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간다.

 1983년 그는 미도파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여기에서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다음과 같이 그의 작품을 평하고 있다.

 「확실히 그의 작품은 흔히 빠질 수 있는 실험의 자기 도취도, 그렇다고 충실한 과거의 재현도 아닌, 과거의 형식 속에 오늘의 미의식을 투과시켜 보는 그런 중용의 방법에 지탱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용기로서의 기능에 완벽을 기하면서도 점진적인 형태의 변주를 통해 틀을 조금씩 벗어나는 시도 역시 그러한 중용의 태도라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늘 인천을 연고로 작업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실 그의 말대로 인천은 여러 가지 여건상 도자예술이 뿌리를 내리고 발전해 갈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가진 도시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전국에서 몇 안되는 유명한 점토 생산지이며(주안점토, 이천점토, 하동 백토 등), 둘째 전국에서 유일한 녹청자 도요지가 경서동에 있고, 셋째 서곶에 항아리를 비롯한 생활용품들인 질그릇을 굽던 요지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천은 정신적으로 환경적으로 도예를 위한 필요 충분조건들이 구비되어 있는 고장인 것이다. 최근 인천 출신 젊은 작가들이 자기 지역 미술의 존재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천을 중심으로 활약하고자 하는 의도가 현저하게 눈에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그가 시종 인천을 연고로 작업해오고 있다는 점은 그가 고향에 갖는 관심과 애정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임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있어 미술이 갖는 역할을 재인식하고 미술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해 가고자 하는 그의 태도를 반증해주는 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지난겨울 김미옥교수는 인천 종합문예회관 전시실에서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신라 또는 가야토기를 연상케 하는 쌍이고배(雙耳高杯), 쌍이호(雙耳壺), 발(鉢)등 고전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로써 이를 현대적 분청기법을 사용하여 전통미와 파격미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형상화시킨 것들이었다. 말하자면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은 여성적인 섬세함이나 세련미보다는 오히려 남성적인 힘과 투박함이 엿보이는 거친 아름다움이었던 것이다.

 현재 그는 인천 중앙동에 자리잡고 있는 연구실과 강릉의 직장을 오가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경모ㆍ미술평론가〉프로필

1946 인천 송현동 출생

1966 송현초등, 인천여상졸업

1979 홍익대, 동대학원 공예과 졸업

1981~90 홍익대, 인천대, 성신여대, 강릉대 미술과 강사

1983 개인전(미도파화랑)

1984 인천직할시 초대전 출품

1985 하나로 화랑 개관기념 초대전

1988~95 인천시 관광공예품 개발지도위원 및 심사위원

1989~98 3회 개인전(인천 종합 문예회관)

1990~현재 국립 강릉대학교 예체능대학 교수, 인천 현대미술 초대전.

1992 인천 시민회관 전시관 개관기념 초대전

1994 인천 종합문예회관 개관 기념 초대전, 2회 개인전

1997 이태리, 스웨덴, 불가리아 초대전

현재 강릉대학교 산업공예학과 교수, 한국공예가협회 인천 지부장, 대한 산업미술가 협회, 홍익도작회, 경인 현대도예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