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굿 닥터>이근 인천서해권역응급의료센터 소장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병원 응급실처럼 희비가 교차되는 곳도 드물다.
 생과 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과 보호자, 그리고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의 손길이 분주하게 오가는 응급실은 삶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광역단위의 108개 지역응급의료센터, 580여개 지정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실을 지도·관리하며 응급환자만을 전담하는 의료기관이다. 또 재난 재해시 거점병원으로 사용되며 응급의료인의 교육을 담당하는 응급의료의 산실이기도 하다.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996년 가천의대 길병원, 충남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4곳에서 출발했다. 그중 인천서해권역응급의료센터는 지난해와 올해 보건복지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될 만큼 장비와 시스템 면에서 국내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인천시가 국내 최고의 응급센터로 성장하기까지는 응급의료 체계를 갖추도록 노력한 이근(50·가천의대 길병원 응급의료과 교수) 소장의 공로가 크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 소장은 원래 유방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 그러나 길병원에서 1985년부터 5년간 응급실장을 맡으면서 제때 응급실에 도착을 못했거나 적절한 치료를 못해 살릴 수도 있는 환자들이 어이없이 죽는 것을 보고 응급의학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소장은 “제대로 된 시스템과 장비를 갖추지 못해 살릴 수도 있는 환자들이 생명을 잃는 것을 보고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며 “국가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삶을 접어야 하는 현실이 서글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서 이 소장은 철원 길병원 원장을 맡고 있던 1992년 이길여 이사장과 협의, 미국 듀크대 연수를 다녀온 뒤 길병원에 인천·경기지역에 처음으로 응급의학과를 개설했다. 길병원이 1999년 3월 경인 및 서해안 지역을 담당하는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서 이 소장은 이곳 센터의 경영까지 담당하는 총책임자가 됐다.
 “대한응급의학회가 80년대 후반에 생겨났으니까 응급의학이라는 개념이 전무했던 시절, 체계를 잡기위해 수많은 밤을 뜬 눈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원없이 일했던 시절이었지요”
 이 소장은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체계 구축과 대한응급의학회 체계를 잡는데 큰 공을 세웠다.
 대학병원에 응급의학과가 생길 당시인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은 국가적으로 대형사고가 빈발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수용할 응급실도 전문의도 시스템도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에서는 응급의료법을 제정하면서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중요한 과제로 부각시켰다. 이 소장이 자문역할을 맡은 후 10여년이 지난 현재는 미국보다는 못해도 유럽에서도 부러워 할 정도로 체계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 소장은 응급의학회에서 첫번째 응급의료 전문의 시험의 출제 위원을 비롯, 총무이사 등 임원은 모두 다 맡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고 현재도 정책이사로 활동중이다. 말 그대로 ‘원 없이 일했다’.
 그는 “지금도 매주 1번 이상은 당직을 서며 환자를 직접 보고 있는데 아직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다”며 “무엇보다 의대생이면 응급의학과를 가고 싶을 정도로 시스템을 갖추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응급환자가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인 ‘골든타임’을 교통·추락사고 환자의 경우는 60분, 심장마비 환자의 경우는 5∼10분으로 본다. 이 소장은 골든타임을 넘기면 그만큼 사망률이나 후유증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국내병원에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도 원인중 하나다.
 대한응급의학회 자료를 보면 3차병원의 13.9%, 400병상 이상 병원 46.9%, 그 이하의 중소규모 병원의 71.1%에서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없다고 지적한다. 또 선진국에선 응급구조사가 환자를 병원에 이송시키면서 필요한 전기충격, 응급약 투입 등 고급응급조치를 시도하지만 한국은 아직 기초응급조치만 하는 정도라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그만큼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는 것. 그렇다고 단시일내에 만족할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도 힘들다. 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마련과 의료진 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3D과중에서도 응급의학과는 가장 가기를 꺼려하는 과”라며 “미국처럼 2일 근무하고 5일 쉬는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응급활동’에 따른 수가책정 등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주5일제가 확산되면서 응급환자도 전국으로 ‘분산’되게 되고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그만큼 응급환자의 수요도 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장은 “응급처지만 잘 받아도 충분히 살 수 있는 환자가 많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만큼 시민들도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과 주변의 병원 안내 전화번호라도 알고 있는 것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119이외에 응급 전화는 국번없이 1339번. 대한응급의학회는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 방법만 알아도 환자의 생존율을 30% 정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칭우기자> chingw@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