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사진이 가슴 뭉클하도록 감동을 주는가 하면 조마조마하게 조이기도 한다. 폭파된 철교의 앙상한 구조물에 올라 개미처럼 기어 넘어오는 일단의 난민들이다. 1950년 평양의 대동강 철교-철수령하의 평양 시민들이 한사코 남으로 탈출하는 장면이다. 끊어져 반쯤 물에 잠긴 철골에 매달린 처절한 광경을 전선의 기자 멕스 데스퍼가 놓칠리 없었고 그는 51년도 퓰리처상 수상자가 되었다.

 퓰리처상의 사진분야 수상작은 지극히 인간적인 장면의 포착에 주어진다. 대개가 참혹하고 냉엄한 전장의 한 순간들이다. 탄우를 뚫고 목숨을 걸어 얻은 희생의 기록들이다. 이를테면 이오지마의 성조기 영웅, 뒤로는 검은 폭연이 피어오르는 벌판을 울면서 탈출하는 나신의 소녀, 즉결처분 직전의 구정공세 베트콩 등등이다.

 퓰리처상은 해마다 미국의 퓰리처 재단이 언론과 문필활동에 기여한 공로자를 선정 수여한다. 1917년 이래 매년 5월에 시상하는데 수상자가 발표되는 4월8일이 다가오면 전세계가 아연 긴장한다. 언론기관의 요원들이 일손을 놓고 속보의 입전을 숨죽여 기다린다. 미국의 신문왕 퓰리처의 유언과 기증한 기금으로 제정한 퓰리처상은 그만큼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상이며 그 영예를 인정받아 언론의 노벨상으로 불리운다.

 퓰리처는 원래 헝가리 사람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성장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4년 미국에 건너가 북군으로 참전했다. 군인이 되려던 꿈을 이룬 셈이었다. 종전후 1868년 세인트루이스의 독일어 일간지 기자를 시작으로 뉴욕의 조간지 월드를 인수하고 이브닝 월드를 창간했다. 경쟁의 대담성을 보여 심층보도에 주력하고 만화와 화보 패션기사 등 혁신적인 방안으로 신문보급을 크게 확장시켰다. 그는 말년에 컬럼비아대에 재산을 기부 언론대학을 설립했으며 퓰리처상도 제정했다.

 오늘부터 퓰리처상 사진대전이 수봉공원 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인천일보가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128편의 사진과 관련 자료들이 함께 전시된다.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지난 세기를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오광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