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가적 경제난국으로 모두가 어려운 때입니다. 총체적 불경기 속에 살아가기 보다는 살아 남기 위한 인고의 날들이라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항상 우리는 지난 해를 가리켜 감상적으로 「다사다난했던 해」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가올 새해는 모두 「희망찬 해」라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인년 새해를 맞으며 IMF라는 어두운 터널을 가고 있습니다. 이 한해가 얼마나 힘이 들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일제의 압제나 신탁통치의 경험이 없는 해방후 세대의 가장들이 맞는 「IMF 경제 신탁통치」에 대한 고통은 실로 크고 눈앞에 닥친 실직과 가정의 위기는 절벽과도 같은 것입니다.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의 심정적 고통 또한 클 것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믿음과 희망입니다. 흥청거리던 쾌락의 밤을 지새고 여명이 동터올 때 옷깃을 여미고 눈을 부비며 자신을 돌아 보듯 경제 한파로 어려워진 이때 믿음을 굳건히 할 좋은 계기이기도 합니다. 식물은 다가올 가뭄에 대비하여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으며 실제 가뭄을 당해서는 가지와 잎의 성장을 최소화하고 뿌리의 활동을 극대화 합니다. 「믿음」,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것입니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은 차갑게 분다해도 지혜로운 나무는 찾아올 희망의 봄날을 위해 튼튼한 뿌리를 내려 봄을 준비하듯 우리도 또한 믿음과 희망으로 자신을 단장할 때인 것 같습니다. 새봄의 문턱인 2월의 설날은 한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털고 새롭게 시작할 때인 것 같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작과 출발의 시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새해 첫날을 「설」이라 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듯 인생에서 「처음」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초하루, 첫사랑, 첫날밤, 첫손님, 첫사업이라는 말과 같이 우리 민족은 출발과 시작의 자리를 소중히 여겨 이를 맞는 태도는 기도하는 마음처럼 경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농경 사회에서의 우리 민족의 봄은 실질적인 출발의 장이기에 희망과 만복의 성취를 기원하는 소위 춘방구를 집집마다 문짝에 써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새해ㆍ새봄을 맞아 새출발을 하고자 하는 자세는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언제올지 모르는 봄소식을 기다리며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자비와 사랑의 실천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봄부터 시작되어야 하겠지요. 어려운 시기에도 이웃과 함께 하는 인정이 충만하였듯이 IMF라는 어려운 시절도 온정의 손길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봄은 더불어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