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도/경칩도/머언 날씨에/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손에 손을 쥐고/볼에 볼을 문지르고/의지한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나무는 나무끼리/짐승은 짐승끼리/우리도 우리끼리/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신석정의 『대춘부』이다. 제목처럼 봄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담고 있다.

 오늘이 24절기의 두번째인 우수이다. 입춘 지나 15일째-양력으로 2월19일쯤이다. 이때쯤이면 추위도 삭아들어 날씨는 풀려 얼음이 녹아내린다. 지난번 입춘추위를 독하게 하더니 거짓말처럼 설연휴는 포근하게 지냈다. 옛말에도 우수절 이후를 ①수달이 물고기를 잡기 시작하고 ②기러기가 북으로 날아가며 ③초목에 싹이 튼다고 했다. 우수라 함은 겨울눈이 하직하는 때로 내린다면 눈이 아니라 비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저수지도 풀려 수면에 이는 잔물결이 곱고 대지가 온통 봄기운이다.

 예전 같으면 우수때에는 풀리는 얼음 시내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 빨래하는 아낙들이었다. 시냇가이건 우물가이건 삼삼오오 모여앉아 손이 시린줄도 모르고 방망이질을 했다. 굳이 집안을 마다하고 밖을 찾는 것은 겨우내 밀린 빨랫감을 비좁은 집안에서 보다 봄기운이 가득한 들판에서 하는 것이 제격이요 하나의 봄맞이라 할만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시골에서도 찾기 힘들다. 집집마다 혹은 공동 세탁장에도 세탁기가 돌아가고 우물가에는 비닐움막이 바람을 막아준다. 이때를 견주어 『산곡간에 흐르는 맑은 물가에/앉아서 빨래하는 저 표모야』하는 노래가 있었다. 1920년대의 것인데 해방직후에도 들을 수 있었다.

 예부터 우수 경칩이면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했는데 다시 추위가 엄습했다. 오늘 아침 경인지방 최저기온이 영하4도라고 한다. 아무리 사그러드는 때라고는 하나 한겨울의 심술이 남아 있을 때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우수에도 해당하는 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