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정래권 국제경제국장. 행정부처의 ‘꽃’이라는 국장급에 오른 그는 다름아닌 인천(제물포고)이 키워낸 인재다. 참여정부의 인재등용시스템인 ‘다면평가’에 능력과 전문성까지, 엄격한(?) 통과의례를 거쳐 발탁된 정 국장을 최근 외통부 집무실에서 만나보았다.
-환경외교 전문가로서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많이 알려졌을만큼 활약이 대단하신데요.
▲국제경제국내 4개과에는 환경분야(환경협력과)가 포함돼 있습니다. 외통부에 ‘환경’관련 부서가 만들어진 것은 대략 10여년전입니다. 환경외교를 강화하는 것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당시 외무부내에 환경전담 부서가 신설돼야 한다고 상사들을 끈질기게 설득했죠. 91년 6월 과학환경과가 만들어졌고 초대 과장까지 맡게됐습니다. 그때부터 환경관련 공부를 깊이있게 하는 한편 국제회의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이렇게 환경외교를 담당하는 국장으로 다시 오니 고향에 온듯 편안합니다.
-환경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89년 뉴욕 총영사를 하다 귀국해 유엔환경계획(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업무를 맡게 됐어요. 막 몬트리올의정서(montreal protocol, 오존층 파괴물질의 규제에 관한 국제협약, 우리나라는 92년 5월에 가입)가 국내에서도 발효될 시기였죠. 에어컨 냉매로 쓰이는 프레온가스 사용규제가 주 내용으로 개도국은 1인당 0.3㎏으로 정해졌는데 정작 우리는 사용량이 매년 2배로 늘어나던 중이었어요. 그런 의정서가 채택되기까지 수년간의 과정을 몰랐던 우리 나라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 일을 겪으며 환경문제가 앞으로 세계 각국 외교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며 국내에서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됐죠.
수 많은 환경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했지만 92년 6월 열린 브라질 리우환경회의 성과가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93년부터 3년간 외무부 주프랑스대사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준비사무소 참사관으로 계시면서 한국의 OECD 가입(96년) 실무를 전담하셨는데.
▲OECD 가입을 놓고 국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OECD는 환경정책과 경제정책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다룹니다. 우리는 환경정책을 산업공해나 오염처리 문제를 다루는 정도로 인식하지만 OECD국가는 모든 경제활동 자체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경제정책과 환경정책을 통합하려는 것이지요.
또 OECD 목적중에는 ‘개도국의 건전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이 국제경제국 개발협력과 업무와 밀접합니다. 우리도 이제는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와 지원을 더 늘려야 할 때입니다.
-‘인천’을 생각하시면.
▲제고시절 영어담당이셨던 전조영 선생님은 지금의 제 길을 있게 해주신 분입니다. 서울 사대 출신이셨던 선생님은 제가 영어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것을 알고 외무고시를 볼 것을 권하셨죠. 수차례 건강약화로 공부에 전념치 못해 성균관대로 진학했는데, 선생님말씀을 떠올리고는 외시준비를 해 2학년때 1차, 4학년때 2차에 합격했습니다. 우수한 학생이 서울로 빠져나가기 쉬운 수도권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명문 제물포고를 만들어내신 길영희 교장선생님도 매우 예외적인 분이셨죠. <손미경 기자> mimi@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