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였지만 한국의 이민자들은 미국과 일본인들로부터 받는 견제와 감시까지 이겨내야 할 만큼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1차기록을 근거로 이민사를 연구하다 보니 현장을 찾아나서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는 미국 세인트 노버트 대학의 웨인 패터슨(Wayne Patterson) 교수는 인천에 대한 첫 인상이 남다르다.
수십년간 동서양을 오가며 하와이 이민사를 연구해온 역사학자로써 인천이 갖는 지리적, 역사적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와 일어는 물론이고 1972년 연세어학당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던 터라 간단한 한국말까지 구사할 만큼 동양문화에 익숙해 있지만 인천 방문은 이번이 처음.
1988년 하와이 이민사 시리즈의 첫 출판물인 ‘아메리카로 가는 길’(The Korean Frontier in America)에 이어 최근 출간한 ‘하와이 이민 역사화보’(The Korea in Hawai-A Pictorial History)까지 3권의 관련 책자를 출간한 그에게 동양은 이미 제2의 고향 같은 곳.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은 하와이 이민의 시발지인 인천의 숨은 역사를 직접 접해보고 함께 연구중인 ‘해관사’와 관련해 부산에 있는 국내 최초의 해관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원 재학시절 정치학과의 이정식 교수와 일본사 전공인 콘 로이(Conroy) 교수의 제의로 이민사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지만 막상 접하다 보니까 금새 깊숙이 빠져들게 됐다는 게 하와이 이민사에 대한 패터슨 교수의 첫 인상이었다.
시작할 땐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꽤 많이 진척된 줄 알고 있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개척분야나 다름이 없었던 것.
그 후 자료를 얻으려고 일본 외교성 외교문서자료관을 비롯해 동서양을 드나들며 자료수집과 연구활동을 벌여 온게 벌써 20년이 넘어섰다. 하와이 이민 100년이 넘도록 변변한 연구서 하나 없는 인천의 입장에서 보면 낯뜨거운 일이다.
“사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1차 자료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찾아 그 자리를 확인하고 보존하는 것 만큼 중요한 일도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천 방문은 개인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무척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해외독립운동사를 비롯해 한국인의 이민사를 모르고 한국의 근대사를 이해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패터슨교수는 지난 13일 오인환 전 연세대 교수와 향토사연구가 조우성씨의 안내로 인천을 둘러봤으며 오는 19일 부산을 거쳐 26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원구기자> jjlwk@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