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종합건축사사무소 소장 "인간 위한 여백"이 있는 집을 꿈꾼다

사람냄새 흠씬 풍기는, 그래서 한번쯤 꼭 들어가 살고 싶은 집을 짓는 이가 건축가 송광섭씨(49)다. 외관과 치장에 열중해 오히려 그 주인인 인간을 압도해버리는, 딱딱하고 삭막한 건물을 쉼없이 만들어내는 여느 건축가와 그는 사뭇 다르다. 그의 손을 거쳐 모습을 드러내는 집은 하나같이 정감있고 따뜻하다.

 설계할 때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매개공간」, 즉 「여백」 「쉼터」다. 한국화에서 여백이 여유로운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한 수단이듯 작품으로서 집을 구상하면서 그는 곳곳에 여백을 배치한다. 여백은 집 안에서 삶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 오며가며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안마당일 수 있고 층계참, 혹은 앉을깨와 수목이 어우러진 구석의 작은 공간일 수도 있다. 집밖 담아래 좁은 공간이나마 꽃을 심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이곳을 매개로 이웃들이 서로 즐거움을 느끼며 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에서다.

 갈수록 황폐화되어가는 인간성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이는 바로 건축가라고 그는 강조한다. 집 혹은 빌딩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심성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그는 20년이 넘는 건축가 활동에서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설계 의뢰를 받으면 우선 건축주에게 공유ㆍ공생ㆍ인간중심ㆍ자연ㆍ중용 등 설계과정에서 그가 중요시하는 것을 설명하고 때로는 그것을 위해 공간을 양보해줄 것, 종래의 사고방식을 바꿀 것을 설득하기도 한다. 아직도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지만 건축가 한사람 한사람이 그런 노력을 하다보면 자연과 인간, 도시가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도 노력을 계속할 작정이다. 아름다움, 편리함을 갖추고 있으면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된 전통한옥의 장점을 어떻게 현대건축에 적용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그것을 실제 설계과정에 반영하는 것도 그런 노력과 무관치 않다.

 모교인 인하대에 14년째 출강(현 겸임교수)하고 있는 그는 따라서 강의를 위해 고향을 찾을 때마다 인천이 빌딩, 아파트 위주의 삭막한 도시로 변해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갖는다. 개발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명분과 목적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균형을 이루어 도시를 그르치지 않는 방향으로 계획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상인천중, 인천고를 거쳐 73년 인하대(건축학과 69학번)를 졸업했다. 5년여간 「안영배건축」 「대우건축」(설계실장)에서 실무를 쌓고 78년 「혜화동 아틀리에」(환 종합건축사사무소는 81년 오픈)를 열었는데 그 해 제3회 공간대상 우수상을 타고 83년 대한건축사협회 회관(강남구 서초동) 현상 1등에 당선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학생시절 설계의 매력에 빠져들어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던 그는 이미 졸업전(3학년) 공동설계작품으로 국전에 입선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95년에는 인천 옥련동 개인주택 「다천장」으로 제1회 인천시 건축상 은상을 수상했다. 대형 건축물보다 주택작품을 집중적으로 설계, 이 분야 뛰어난 건축가의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미경기자〉 mgson@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