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스키와 허치’, ‘투캅스’에서부터 ‘살인의 추억’에 이르기까지…, 2인1조의 형사영화는 이제, 신물이 날 만도 하다. 물론 ‘살인의 추억’은 웃음과 액션이 난무하는 일반적인 형사영화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16일 개봉하는 ‘와일드카드’(감독·김유진) 역시 두 명의 형사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코믹액션’이다. 이 영화의 재미는 그러나 ‘식상한 소재’와 비례하지 않는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둥그런 얼굴. 마치 차돌을 떠올리게 하는 신참 형사 방제수(양동근)의 눈에선 ‘파란’불꽃이 타오르고 넓은 이마엔 ‘정·의’란 두 글자가 써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제수가 몸담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반엔 저마다 강한 색깔을 갖고 있는 선배 형사들이 있다. 출근하면서 한 명, 퇴근할 때 두 명씩 범인을 잡았다는 김반장(기주봉), 피의자 검거도중 허벅지를 칼에 찔린 기억때문에 칼만 보면 겁을 집어먹는 장칠순(김명국)이 그 들이다. 방제수의 ‘마누라’(파트너) 오영달(정진영)은 유능하고 인간적이지만 총기사건으로 내사를 받는 터여서 주눅이 들어 있다.
형사가 있는 곳에 사건이 있는 법.
어느 늦은 저녁, 도시의 지하철 역에서 암달러상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더니 이후 잇따라 유사 강력사건이 터진다.
새벽에 교회를 가던 노인이 피살당하고 나이트클럽 룸에서는 두 명의 젊은 여인이 둔기를 맞아 숨진 채 발견된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머리를 쇠구슬로 맞아 숨졌다는 사실이다. 범인은 쇠구슬을 갖고 다니며 느닷없이 행인을 습격하는 4인조 ‘퍽치기’ 일당이다.
방제수는 오영달과 짝을 이뤄 범행 현장 인근의 우범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유흥업소를 이잡듯이 뒤지지만 범인검거에는 성공하지 못한다.
‘와일드 카드’엔 써스펜스와 스릴이 녹아 있지 않다. 김유진 감독은 아예 처음부터 범인의 정체와 범행수법을 드러내 놓고 시작하는 ‘연역적’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어 간다.
그런데도 범인을 뒤쫓을 때 관객들이 마음을 졸이게 되는 것은 노련한 감독의 연출과 현장을 직접 뛴 노력 덕택으로 보인다.
4년마다 영화를 만든다 해 ‘올림픽 감독’으로 불리는 김유진은 이 영화를 위해 실제 2년여간 형사들과 부대꼈다고 한다.
김 반장의 별명이 ‘국경일’(국경일에만 아내와 잠자리를 갖는다는 뜻)이라거나 오영달이 늘 한밤중에만 집에 들어와 딸의 키가 옆으로 크는 것만 본다거나 하는 에피소드는 그의 밀착취재에서 나온 것이다.
붙잡은 범인을 차지하기 위해 인근 경찰서 형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밤업소 사장과 ‘거래’를 통해 범인정보를 빼내는 것도 일선 경찰서의 풍경 그대로다.
양동근과 정진영의 연기도 괜찮지만 특히 안마시술소 사장 도상춘으로 등장한 이도경은 ‘눈부신 조연’ 역할로 ‘웃음의 독무대’를 만들어 낸다.
‘와일드 카드’(Wild Crad)는 카드놀이에서 위급할 때 ‘조커’처럼 쓰는 패를 말한다. 18세 이상. 114분.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