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보고 어제 잠 못잤다.’(11)
‘2001년 친구, 2002년 공공의 적, 2003년 살인의 추억 다 재미있지만 이번 영화만큼 짜임새 있고 지루한 곳이 한 군데도 없고, 결말의 허무함도 없는 최고의 영화이다.(loveayumi)
지난 25일 개봉,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살인의 추억’(감독·봉준호)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특히, ‘평론가들이 지지한 영화는 대중적으론 실패한다’는 통설을 뒤엎고 많은 평론가들이 ‘2003년 상반기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하길 주저하지 않고 있어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이다.
이는 천편일률적인 코미디 영화만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작금의 한국영화계 현실과,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제56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한편에 끼지 못했다는 현실에서 매우 반가운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과 이창동 전 감독의 ‘박하사탕’을 합쳐 놓은 것처럼도 보이는 ‘살인의 추억’의 흥행성공은 우선 코미디가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모델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문의 영광’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우리 나라에서 그동안 관객을 모았던 작품이 천편일률적으로 코미디 였고, 따라서 투자자들도 코미디에만 투자를 하는 등 ‘한국영화가 코미디로만 흐르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던게 사실이다.
아, 그렇다고 ‘살인의 추억’에서 웃음이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살인의 추억’에서 나오는 웃음은 요절복통할 가벼운 웃음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시대적 슬픔과 분노과 뒤섞여 비죽비죽 터져 나오는 그런, 웃음이다.
영화에서 정신지체아를 범인으로 몰던 박두만(송강호)이 미안함의 표시로 나이키라고 사준 운동화가 ‘나이스’임이 드러나는 것은 우리사회 ‘빈부의 갈등’이다. 양 검지손가락으로 조서를 꾸미며 ‘보디히트’가 뭐냐고 물어보는, ‘피의자보다 훨씬 무식한’ 형사의 모습을 통해 봉준호 감독은 공룡같은 서구자본주의의 한국잠식을 얘기하려 했을 지 모른다.
이와 함께 제작사 ‘싸이더스’의 ‘눈부신 도약’도 반갑게 맞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최고의 제작사 가운데 한 곳인 싸이더스는 좋은 영화를 만들어 왔으면서도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제외하곤 좀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해 영화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영화관계자들은 ‘저러다 돈되는 영화만 만드는 제작사들과 같은 길을 가는 게 아닌가’ 걱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로 ‘싸이더스’는 그런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으며, 이제 ‘좋은 영화만들기’에 날개를 달게 됐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