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떽쥐뻬리의 ‘어린왕자’에 나왔던 ‘바오밥나무’, 1m크기에 무게만도 15kg이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 ‘라플레시아’…
세계 꽃잔치가 한창인 일산호수공원 2003 고양세계꽃박람회장에 가면 신비스러움을 간직한듯한, 이러한 꽃과 나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행사장에 들어서면 프랑스제 향수같기도 하고, 여인의 분내음 처럼도 느껴지는 향기가 콧속 깊숙이 들어와 폐부를 감돈다.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호수는 시원한 눈맛을 주며 가슴까지 후련하게 풀어준다. 은회색 물살 위론 한 척의 모터보트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질주하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목련같은 흰색 모자와 아이보리색 유니폼을 입은 도우미들은 행사장의 또 다른 꽃이다.
기자가 처음 발을 디딘 곳은 ‘한국관’. 전국의 꽃들이 한데 모여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아름다운 들꽃세상’이란 타이틀을 붙인 ‘전북’은 3m길이의 ‘꽃동굴’을 지나 풍차방앗간에 닿을 수 있도록 전시관을 꾸며놓았다. 들꽃의 자연미를 강조한 이 곳은 작은 산골에 들어온 아늑함을 선사한다. 풍차가 돌고 있는 방앗간 안에선 누군가 들꽃과 풀향기에 파묻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을 것만 같다.
‘경북’은 사랑을 상징하는 대형 하트를 꽃으로 만들었다. ‘라인커 화이트’, ‘라인커 살라몬’, ‘토픽’, ‘요코오노’, ‘모나리자 핑크’ 등 하트를 울긋불긋 수놓은 다채로운 빛깔의 꽃들은 아마도, ‘여자의 마음’이리라.
조금 더 걷다보니 꽃을 말려 그림을 그린 ‘압화’전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프레스 플라워협회’가 마련한 전시회엔 숲의 한 쪽과 강물의 한 쪽을 그대로 떼다 액자안에 넣은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경기농업기술원’의 ‘선인장’도 눈길을 끈다. 전국 재배면적의 82%를 차지하는 경기도는 선인장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설레이는 그날’은 범선의 모양을 하고 있었고 ‘작은 정원’, ‘화려한 봄날’, ‘축제의 향연’ 등 주제별로 모양과 빛깔이 가지각색이다.
강원도, 충북, 고양시, 대구, 제주도, 충남 태안군 전시관을 돌아본 기자는 세계의 꽃이 축제를 펼치는 ‘세계관’으로 향한다. 세계관까지 가는 길목엔 50만품종 1만2천그루의 화사한 장미가 만발한 ‘장미원’이 자리하고 있다. 또 은은한 우리 꽃을 모아놓은 ‘한미족꽃동산’, 허브향이 물씬 풍기는 ‘허브국화원’, ‘토피어리원’, ‘분재정원’, ‘수상꽃정원’도 만날 수 있다.
‘세계관’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코너는 마다가스카르 공화국에서 가져온 ‘바오밥나무’다. ‘바오밥나무’는 가지가 뿌리처럼 생긴 둥근 원통형으로 짙은 밤색을 띠고 있다. 나무를 보고 있노라니 금방이라도 어린왕자가 나타나 나무에 기대듯 손을 짚은채 “안녕하세요. 나는 푸른별 OO호에서 온 어린왕자예요”라고 말할 것 같다. ‘세계관’엔 이 밖에 ‘라플레시아’, ‘시계초’, ‘골든트럼펫’, ‘식충식물’ 등 희귀식물 60여종이 전시돼 있다.
‘자생화관’에선 시골마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 곳엔 자생화 조경과 상품화할 수 있는 자생화 분화·분경·약용식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꽃과 자연을 소재로 신비감 넘치는 각종 동식물의 조형물 작품을 전시한 ‘키즈가든 전시관’에선 아이들의 웃음꽃이 만발한다. 꽃꽂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화훼장식관’도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아름다움에 젖어 향기에 취해 전시관을 다 돌고 나니 꽃과 사람 몸이 따로 없는 느낌이다. 지난 24일 개막한 ‘2003 고양세계꽃박람회’는 어버이날인 5월8일까지 계속된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