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버스나 전철을 타고 도서관엘 가야 한다. 그것도 중·고등학생들의 얘기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책을 읽고 싶어도,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학교도서관 말고는 딱히 갈만한 도서관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젠 한시름 놓아도 될 것 같다. 어린이들을 특별히 사랑하는 어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사재를 털어 마련하고 있는 ‘어린이 도서관’은 그러나 아이들만의 공간은 아니다. 방학특별프로그램을 진행하는가 하면 청소년, 학부모 모임장소로도 인기다. ‘마을공동체문화’를 가꿔가고 있는 어린이도서관을 들어가 본다. 
 #맑은 샘 어린이도서관(부평구 청천동 81의11)
 지난 20일 오후4시. 아담한 2층집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닐곱명의 어린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구들장에 엉덩이를 붙이고 고사리같은 두 손으로 책을 잡은 모습이 콱 깨물어주고 싶을 만치 귀엽다.
 “재밌는 책이 너무 많아 좋아요.” 마곡초등학교 5년 박양희양은 연신 헤헤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집이 바로 옆이예요. 가까워서 좋아요.” 산곡초등학교 4학년 박상훈군은 집가까이 있는 도서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맑은 샘’은 1, 2층 4개의 방에 유아들을 위한 책에서부터 학부모를 위한 지침서에 이르기까지 약 2천여권의 책이 있다. 그냥 책이 아니고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추천한 양서들이다.
 지난 6일 개관식을 가진 ‘맑은 샘’은 책도 책이지만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이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고싶게 끔 만들어 준다.
 ‘맑은 샘’은 인천생협 신복수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마련했다. 7년여간 ‘초방’이란 어린이전문서점을 운영하던 신회장은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는 그러나 “어린이 문화운동은 좋은 책을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못하고 이곳에 도서관을 세운 것이다. ‘맑은 샘’은 앞으로 스크린을 이용한 동화구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하에 도자기교실도 개설할 계획이다. 운영시간 오전11시∼오후5시. ☎(032)507-1933.
 #부일 어린이도서관(부개1동 327의 11 4층)
 ‘부일’은 부개·일신동 아이들은 물론 이 지역 모두의 공동문화공간이다. ‘부일’은 자체도서 500여권과 부평도서관으로부터 빌린 책 500여권을 합해 모두 1천권의 책을 비치하고 있다.
 이곳엔 하루 10명∼20여명의 아이들이 발걸음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만 이곳에 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일에도 청소년생활문화모임인 ‘내일’이 ‘제2기 21C 청소년 리더십을 위한 역사학교’를 열고 있었다. 이곳에선 ‘엄마를 위한 컴퓨터 글쓰기’강좌도 열린다.
 이상이 학기중에 이뤄지는 프로그램이라면 방학맞이 특별 프로그램도 ‘부일’의 자랑거리다. 풍물, 핸드볼, 책읽고 표현하기, 노래, 발명교실 등 종합적인 문화활동이 펼쳐진다. ‘부일’은 어린이도서관이라기보다 부개·일신동 주민 전체를 위한 문화사랑방이란 표현이 더 맞다.
 ‘부일’은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와 ‘부평여성회’, ‘부평청년회’가 의기투합해 지난 7월 만든 문화공간이다. 인천과 부천의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 동네에 변변한 문화복지공간이 없었던게 이들의 설립의지를 자극했다.
 “부개초등학교 남궁철 선생님이 5백만원 대출받고, 청년회에서 5백만원 대출받아 자리를 얻었어요.” 오미숙(33) 사무장은 1천만원 보증금에 월세 30만원씩을 주는 조건으로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역주민들이 5천원, 1만원씩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그래봐야 한달 55만원정도인데, 월세를 제하고 나면 상근자 교통비는 커녕 전기·수도요금 내기에도 빡빡하다. 운영시간 오전11시∼오후7시. ☎528-7845.
 #늘 푸른 어린이도서관(연수구 연수2동 620의14 2층)
 ‘늘 푸른’은 지난 98년 3월 개관해 올해로 다섯돌을 맞는다. ‘늘 푸른’이 생기기 전까지 연수구 주민들은 주안에 있는 ‘중앙도서관’이나 ‘주안도서관’을 이용해야 했다.
 이곳 주민들은 엄마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제일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와 함께 이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
 ‘늘 푸른’에서 만나는 책은 동화읽는 엄마모임 ‘얘기보따리’가 엄선한 작품들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좋은 책,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들일 수밖에.
 ‘늘 푸른’의 ‘얘기보따리’ 회원들은 해마다 3월과 10월 두차례 신입회원을 모집하며 매주 한차례 모임을 갖는다. 모임에선 좋은 책을 돌려 읽고 품앗이 놀이 모임 등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자녀 키우는 문제도 토론한다.
 아울러 주부들에게 유익한 주부강좌와 방학을 이용한 계절학교도 운영된다. 계절학교를 통해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엄마 선생님들로부터 노래를 배우며 이따금 동화도 듣는다. ‘굴렁쇠 기행’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선 자연을 만나고 호연지기를 키운다.
 박소희 관장은 “우리 도서관 회원들이 희망하는 미래는 서로가 가진 것을 내어놓고 나눌 수 있는 나눔과 서로의 어려움을 함께하려는 연대”라고 말했다. 운영시간 오전11시∼오후4시. ☎(032)818-1140.<글·사진=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