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탄소 고문 황규광씨의

 히말라야 트레킹 ④

 안나푸르나ㆍ칼리계곡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히운추리,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 아름다운 비경에 눈을 주다 발을 헛디딘다는 곳. 비가 그친 히말라야의 밤안개가 온몸을 감싸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촘롱을 떠나 히말라야 호텔(2,825m)까지 올라가는 날이다.

히말라야 호텔은 호텔이 아니라 마을 이름이다. 아침 6시의 기온은 실내

18℃, 실외 16℃이고 약간 흐린 날씨다. 롯지 바로 앞에 히운추리

(6,441m)가 흰 눈을 이고 있는 것이 올려다 보인다.

 아침 7시15분에 핏쉬테일 롯지를 떠나 촘롬의 중심마을을 지나 잘

다듬어진 돌계단을 수없이 밟고 내려갔다. 도대체 몇 계단이나 될까? 촘롱은

매우 넓은 지역으로 한 시간을 걸어도 아직 촘롱이다. 어제 우리들은

뉴로드를 걸어올라 왔기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 하였으나 오늘

아침은 어제의 몇 십배의 사람들이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오전 8시(2,055m)에 첵크포스트에서 트레킹 허가증 검사를 받았다. 오전

8시30분(1,910m)에 2천개 이상의 긴 돌계단은 끝나고 촘롱 콜라강의

현수교에 도달하였다. 다리 부근에 작은 수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었으며 어디가 새는지 사방에 물보라를 뿜어대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힘들게 지누아 단다에서 촘롱으로 올라왔는데 지금은

그 높이를 다 내려왔으니 이제부터 또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전

9시20분경부터 울창한 숲으로 접어들었다. 가느다란 대나무가 유난히

많이 자라고 있다. 잠시 쉬고 있다가 길 옆의 풀이 손에 약간 닿았는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독침이 있는 풀에 닿은 것이다.

 오전 10시5분 시누아 단다의 힐 톱 롯지(2,323m, 18℃)에 도착하여

쉬었다. 맞은 편에 히운추리(6,411m)와 강가푸르나(7,485m)가 올려다 보인다.

시누아 단다의 단다는 정점(頂点)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누아 단다를

지나서부터는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되는 정글이 이어진다. 고도

2천m 이상의 높은 곳에 마치 더운 나라의 정글과 같은 것이 있다니 놀랍다.

 오후 2시경부터 앞쪽에 마차푸차레가 잘 보인다.

 오후 2시13분에 뱀부 롯지(2,425m, 22℃)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지금은 기온이 22℃여서 어제의 30℃에 비하면 걷기 쉽다. 지명과 같이 이

부근에는 가느다란 대나무가 많다. 그러나 거의 모두 잎이 떨어지고

말라 있다. 오늘은 동양인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서양 젊은이들은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서로 「나마스테」(안녕하십니까라는 뜻)라고

인사하면서 지나간다.

 오후 4시30분에 도방(2,605m)에 도착하였다. 이곳 산들은 단풍이 조금

물들기 시작하였다. 오후 6시3분에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고 나니 또

급경삿길이 나타나고 큰 표시판이 눈에 들어온다. 「ATTENTION!!!,

BEAUTIFUL BUT DANGEROUS」라고 쓰여있다. 주의! 아름다운 곳이나

위험하다는 뜻이다. 길은 통나무 계단이고 어제 비가 왔는지

스톡(지팡이)이 땅속으로 쑥 들어가 잘 빠지지 않는다. 우리 대원들은

이미 보이지 않고 날은 어두운데 올라가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 하나 없는 산길을 Mr.셀파와 나는 헤드램프의 불빛을 따라

한 발 한 발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Mr.셀파에게 어디가 위험한 곳이냐고 물으니 그 때마다 아직 멀었다는

대답이다. 밤 7시경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으나 비옷은

입지 않고 계속 걸음을 재촉하였다. 한참 후에 비는 그쳤으나 히말라야의

밤 안개가 우리 주위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얼마후 앞쪽에서 여러 개의 불빛이 보이더니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착한 우리 가이드와 포터들이 마중나와 주었던 것이다. 고마웠다. 한참 더 가서

Mr.셀파에게 위험한 곳은 멀었느냐고

물으니 벌써 지나갔다는 것이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밤 7시30분에 히말라야호텔

(2,825m, 14℃)에 도착하였다.

오늘도 12시간을 걷고 또 야간트레킹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