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군과 신부○○○양은 오늘 결혼함에 있어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되 상대방을 속박하지 말며, 배우자를 존중하되 종속되지 않고, 어려울때 서로 돕되 내색하지 말고, 언제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아내와 남편이 함께 희생하고 봉사하며 상대방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겠는가.』

 지난 여름, 여동생이 순종과 사랑을 맹세하는 결혼 서약서를 읽는 사이 잠깐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했다.

 동생은 국제 결혼을 했는데, 결혼 서약서를 우리말과 영어로 두 번 읽은데 비해, 동생의 남편 될 사람은 우리말을 거의 못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자신의 언어로 짧고 간단하게 끝내 버리는 모습을 보며 남자와 여자의 관계, 아내와 남편의 위치는 동양이나 서양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부부 사이를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당신만을 사랑하고 순종하겠다」는 맹세가 당연한 것인지 몰라도, 21세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가정에서부터 동등함이 허용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전처럼 남편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아내의 일방적인 희생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동등한 인격체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결혼을 서약하는 신부에게 『결혼을 맹세할때 신랑이 대답한 것보다 크거나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면 안됩니다. 당신은 신랑과 동등한 인격체입니다. 신랑과 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씩씩하게 대답하십시오』라고 요구하던 어느 주례 목사님의 요구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장숙경ㆍ 인천여성의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