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6백만원 주워 며칠새 탕진

 지난 11월 초 인천시 서구 석남동 체육공원 앞길을 지나던 유모군(10ㆍ인천S초교 4년) 등 초등학생 4명은 길에서 가방을 줍게 됐다.

 이들은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 가방을 열었다가 만원짜리 돈다발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서로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유군 등은 곧바로 주운 돈을 나눠 갖기로 하고 유군의 집으로 갔다. 이것저것 갖고 싶은 것이 많았으나 돈이 궁하던 이들에게 이날 주운 돈이 남의 돈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횡재를 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주운 돈을 서슴없이 분배했다. 유군이 「자신이 처음으로 가방을 발견했다」며 먼저 1백20만원을 챙겼다. 나머지 3명은 2백80만원을 나누어 가졌다. 통크게도 동네형들에게도 5만원에서 10만원씩 2백만원을 나눠주는 선심을 보이기까지 했다. 모두 6백만원.

 돈을 나누어 가진 이들은 초등학생의 씀씀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갖고 싶었던 옷 등 물건을 구입하고 송도유원지 눈썰매장과 오락실 등을 전전하며 불과 며칠만에 돈을 모두 써버렸다.

 이들이 이같이 날려 버린 돈은 70대 노인이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마련한 돈이었다. 제주도에서 귤농사를 지으며 인천에서 살기위해 집을 얻으러 다니던 서모씨(70)가 주택구입자금을 잃어 버렸던 것.

 서 노인은 돈을 잃어 버렸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초등학생들이 돈을 물쓰듯한다는 얘기를 들은 경찰의 조사로 이들의 「한탕」은 탄로나고 말았다.

 그러나 돈은 이미 날아가 버린 후. 인천서부경찰서는 유군과 유군으로부터 돈을 받은 박모군(15)을 점유이탈물 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조사를 마친 뒤 귀가 조치했다.

 철부지 초등학생들의 한탕주의 행동이 70대 노인의 노후생활에 대한 희망을 깨버린 것이다. 

〈김영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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