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를 다시 생각하다
 
 한석규가 드디어 오는 24일 개봉하는 ‘이중간첩’(감독 김현정)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텔 미 썸딩’(1999) 이후 3년 2개월여 만에. ‘이중간첩’을 향한 관심은 따라서 작품 자체보다는 한석규가 출연하는 영화라는 점에 온통 집중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한석규의 스타 파워가 과연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쉬리’의 영광을 재현할 것인가, ‘텔 미 썸딩’의 전철을 되밟을 것인가 적잖이 궁금하다.
 “…전철”, 운운하는 까닭은 ‘텔 미 썸딩’이 한석규로 하여금 3년여에 걸친 은둔(?) 아닌 은둔 생활을 하게 하는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을 거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쉬리’ 이후 선보이는 작품이란 것 말고도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심은하와 ‘8월의 크리스마스’에 이어 또 다시 투 톱을 이뤘다는 요인 등으로 인해 폭발적 흥행이 예상되었건만,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서울 기준 73만 명이었다-을 거두면서 그 누구보다도 한석규 본인에게 크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을 터이기에, 그 결과 한 동안 영화 출연을 멀리 하게 했을 터이기에 하는 짐작이다. ‘이중간첩’은 결국 한석규에게 터닝포인트적 작품인 셈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를 둘러싼 홍보 등 마케팅적으로 너무 조용하다. 그 흔한 주연 배우들 인터뷰를 전혀 볼 수가 없다. 어지간한 영화들마저도 남녀 주연 배우가 다정하게 찍은 모습들이 영화 전문지의 표지를 장식하기 마련이거늘, 그런 풍경들은 아예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일까, 고소영이 한석규와 함께 출연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다. 심지언 몇 주 전 씨네21에 실렸던 한석규 표지 사진도 잡지 사 측이 찍은 게 아니라 제공받은 것이라는, 별로 믿고 싶진 않은 이야기들도 들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연이 어떻든 간에 같은 날 개봉되는 ‘영웅’의 경우, 장예모 감독을 비롯해 세계적 스타인 장만옥, 왕조위 등 주연배우들이 방한해 공식 기자 시사 및 VIP 시사회에서 무대 인사를 가졌다는 사실에 비추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은둔 생활을 통해 그는 배우는 오직 영화를 통해서만 말해야 한다는 ‘깨달음’이라도 얻은 걸까? 혹 세계적 톱스타들도 마다하지 않는 기존의 홍보 관행들이 불필요하다고 여기게 된 걸까? 아니면 자신이 손수 홍보에 나서지 않더라도 흥행은 틀림없으리라 확신이라도 하는 걸까? 문득 과거의 그가 그리워진다. 보다 ‘낮은’ 태도로 성실히 임하는 그가 보고 싶다….
  전찬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