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은 우리 민족의 전통신앙이다.
 우리 정신문화를 말살하려는 일제에 의해 한 때 ‘미신’으로 전락했지만, 지금은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로 연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굿’은 우리 전통예술의 어머니이다.
 ‘탈춤’도 ‘판소리’도 모두 굿에서 나온 예술장르다.
 인천의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인 ‘서해안풍어제’와 ‘은율탈춤’이 지난 9∼11월 펼쳐진 파리가을축제에서 연일 매진행진을 기록하며 수천 수만의 파란 시선들을 휘어잡았다.
 ‘르 피가로’ ‘리베라시옹’ 등 현지 언론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한국의 예술과 예술인’을 앞다퉈 비중있게 다루며 적극적인 호감을 보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서해안풍어제’ ‘은율탈춤’ ‘황해도평산소놀음굿’ 등 인천엔 3개의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가 기능보유자를 중심으로 성화처럼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이들 문화재 지킴이인 보존회는 전수자를 활발히 배출하는 한편, 대중화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보존회의 열린 마당에서 한바탕 놀아보자. 얼쑤∼
 
 #서해안풍어제 보존회(회장·김금화)
 “둥둥둥둥…덩 덩 덩 더 쿵…콰광! 쾅! 콰 쾅! 콰 쾅!”
 지난 13일 오후 4시20분, 남구 도화동 대림빌딩 1층 인천시정보산업진흥원. 기능보유자 김금화(무녀) 안승삼(배치기노래) 최음전(장고)이 벌이는 굿판에 참석자들 모두가 신명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굿판이 열린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를 보려 발걸음을 한 예닐곱명의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굿판은 인천시정보산업진흥원의 개원을 축하하는 부행사였음에도 마치 주행사처럼 보였다.  
 풍어를 기원하는 ‘서해안풍어제’는 당산맞이, 대동굿, 배연신굿 세 과정으로 나눠진다. 대동굿은 황해도 해서지역, 특히 옹진군의 뱃사람들이 풍어로 만선의 꿈이 이뤄지길 기원하며 온 마을 사람들이 한바탕 펼치는 축제다. 배연신굿은 배를 부리는 선주가 풍어와 집안의 재수를 위해 벌이는 굿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인 서해안풍어제 대동굿·배연신굿은 지난 12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개발원으로부터 2003년도 학점은행제 학습과목 평가인정서를 받았다. 이곳에서 140학점을 취득하면 대졸 자격으로 인정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학문적 정립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가르칠 전수관이 없어 전수관 건립이 시급한 과제다. 전수관이 있을 경우 후학양성은 물론 대중화, 관광상품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032)873-2692∼3
 
 #은율탈춤 보존회(회장·김춘신)
 지난 15일 오후 1시50분 은율탈춤보존회 앞마당. 길놀이가 시작되자 악사의 뒤를 따라 마부와 백사자가 탈꾼들을 이끌고 탈판 주변을 돌며 행렬을 한다. 이어 다리가 여섯개 달린 사자가 뛰어나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현란한 춤사위를 펼쳐 보인다. 다시 8명의 목중이 등장하고 말뚝이와 새맥시 원숭이의 음란한 춤이 이어진다. 양반을 모욕하는 장면이다. 보존회의 자체공개 행사를 관람하던 관객들은 흥겨운 춤사위와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어린애처럼 기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인 은율탈춤은 황해도 은율지방에서 행해지던 탈춤이다. 사자춤 상좌춤 8목중춤 양반춤 노승춤 미얄할미 영감춤 등 여섯마당으로 구성됐으며 은율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인천에 정착, 다시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현재 수봉문화회관 옆에 있는 전수관에서는 매주 화·목(오후 7∼9시)·토(오후 5∼7시)요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탈춤반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 때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반도 마련한다. 탈춤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입회비 1만원에 월회비 5천원만 내면 된다. ☎(032)875-9953
 
 #황해도평산소놀음굿 보존회(회장·이선비)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인 황해도평산소놀음굿은 경기도 황해도 일대 평야지방에서 농사가 잘되게 하고, 자손의 번창 등 가정에 복이 오는 것을 비는 경사굿이다.
 제석굿을 마루에서 마치면 굿판을 앞마당으로 옮겨 소놀음을 벌인다. 마당에는 팔선녀가 내려오는 여덟개의 무지개를 상징하는 천을 늘어뜨리고, 그 밑에는 팔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곳이라 해 큰 물통에 여덟개의 바가지를 띄운다.
 제석역은 흰장삼에 고깔을 쓴 만신이 삼불제역으로 나온다.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지상에 강림, 인간을 탄생시키고 조선국을 개국하는 내력의 노래를 부른다. 이때 바지저고리 차림에 벙거지를 쓴 마부가 소를 끌고 들어온다. 소는 어미 논갈이소와 송아지이다.
 ‘황해도평산소놀음굿’은 굿이라는 특성상 일반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아직 없다.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은 매년 봄가을 은율탈춤보존회 앞마당이나 화도진공원에서 열리는 자체공개행사를 찾아가면 된다. ☎017-244-8147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