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향을 다녀간 인천출신 일본인들에게 옛 인천의 자료를 부탁했더니 몇점을 보내왔다. 전후 달랑 베낭만 메고 돌아간 처지라 별로 없다면서도 나름대로 준비해서 보내주었다. 그중에는 그들이 살았던 시절의 지도를 육필로 그린 몇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손으로 그렸을 망정 당시의 원본 지도에 받쳐 그린듯 정확하고 소상하다. 기관 상점 친구의 자택 위치까지 기입되어 있다.

 그중의 한장이 지금의 신흥동 일대이다. 그때 하나마찌(花町)라 불리던 곳이다. 지금의 신흥동 로터리를 중심으로 경찰관 파출소와 그들의 요정 사찰이 표시되어 있고 정미소 양조장 라무네공장 약국 목욕탕은 물론 심지어 담배가게 세탁소 이름도 보인다. 그중에 넓은 면적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도립병원-광복후에도 그대로 도립병원이다가 인천시가 경기도에서 분리되면서 시립병원이더니 지방공사 인천의료원이 된 곳이다. 도로에서 길게 들어가서 위치한다.

 그렇다. 지금도 시민들의 입에 익숙한 도립병원은 그곳에 있었다. 유동에서 경인국도로 가는 길-그리로 해서 도립병원과 수인역에 갈 수 있으며 벽돌 창고의 정미소가 몰려 있었다-의 중간지점이었다. 우중충한 주변 분위기로는 사실 병원이 자리할 위치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나마 오늘 처럼 대로변이 된 것은 지난 78년 도로가 확장되면서 인데 일부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이곳에 공립의 병원이 좌정한 것은 30년대였다. 1931년 일인 시설이던 인천공립병원의 운영권이 경기도로 이관 도립인천병원으로 개편되고 현대식 빌딩이 신축되면서이다. 도립병원은 광복이후 까지도 그대로 불리면서 서민에게 기여했으나 날로 운영이 어려워져 61년 위탁경영을 단행하던중 오늘과 같은 지방공사 인천의료원으로 개편 97년에는 동구 송림동으로 이전하였다.

 지금 비워있는 신흥동의 옛 병원 건물이 용도를 못 정하고 방치 도심속의 흉물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우체국 혹은 복지회관으로 사용한다는 등 소문만 무성할 뿐 오히려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