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쉼터
 엄동설한이 다가오면서 노숙자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지난 여름만 해도 자유공원, 수봉공원 등 하룻밤 쉬어 갈 곳은 지천에 널려 있었다. 그곳은 그러나 이제 신문지 한장을 덮고 자기엔 너무 추운 곳이 돼버렸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지하도 계단에 몸을 맡겨도 보지만 경비원들의 불호령과 함께 쫓겨나기 일쑤다. 잘 곳이 없어 무허가촌에 방치된 빈집에 들어가 잠을 청하다가 ‘동사’하는 경우도 있다.
 한때는 번듯한 직장과 화목한 가정을 가진 ‘당당한 가장’이었던 노숙자들. 
 이들의 옛 모습을 되찾아주려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곳이 바로 ‘노숙자 쉼터’ 이다. 쉼터에선 노숙자들이 단순히 원상태로 돌아가는 ‘재활’을 넘어,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자활’에 이를 수 있는 길로 안내해 주고 있다.
 인천엔 남동구 ‘주사랑 쉼터’, 계양구 ‘내일을 여는 집’ 동구 ‘내일을 여는 집’ 등 세곳의 노숙자 쉼터가 있다. 그러나 동구 ‘내일을 여는 집’이 다음달 문을 닫을 예정이어서 두곳만이 운영될 예정이다. 남은 두곳 역시 운영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결코 아니다. 이유는 보건복지부와 인천시가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을 한 채 ‘나머지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며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팔짱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천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어서 정부차원의 현실적이고도 꼼꼼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인천지역의 노숙자 쉼터를 찾아가 봤다.
 #계양구 ‘내일을 여는 집’(대표·이준모 목사)
 계양구 계산2동 903의18에 자리한 계양구 ‘내일을 여는 집’은 사단법인 이름에 걸맞게 남성쉼터와 여성과 자녀들이 쉴 수 있는 가족 쉼터로 나뉘어진다. 상담실, 남성쉼터, 여성쉼터 등 모두 세개의 공간이 있으며, 현재 여성과 아이들 20여명과 남성 30여명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이곳을 임시둥지로 삼은 노숙자들은 특히 계양구재활용센터(☎555-8899)에서 자활의 삶을 일궈가고 있다. 860평에 이르는 재활용센터에선 가전제품, 가구 수리에서부터 의류판매에 이르기까지 생기넘치는 자활의 삶이 펼쳐진다.
 노숙자들은 이와 함께 정기적인 거리 청소, 남는 음식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 전해주는 후드뱅크사업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바싹 다가서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있은 후원의 밤 행사 때는 6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해 1천만원의 성금을 모아 주기도 했을 정도이다. 지역공동체 운동으로까지 확장되는 좋은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모 목사(39)는 “우리 쉼터는 그나마 계양구가 재활용센터를 노숙자 자활공간으로 제공해 미래가 낙관적인 편이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쉼터는 운영이 어려우며 인천시 등 관계 당국의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032)544-6330
 #남동구 ‘주사랑 쉼터’(대표·장상길 목사)
 간석4동 616의 21일에 자리한 ‘주사랑 쉼터’엔 지금까지 600여명의 노숙자가 머물다 갔으며 현재 38명의 노숙자가 기거한다. 노숙자들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주민자치센터, 파출소 등을 통해 들어오기도 하지만 상담원들이 직접 부평, 주안, 동인천 등 전철역으로 나가 상담한 뒤 데려오기도 한다.
 ‘주사랑 쉼터’의 특색은 쉼터와 함께 ‘주사랑 쪽방 상담지원센터’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쪽방 상담지원센터는 쪽방에 사는 도시빈민들을 위한 시설로 세탁 목욕 무료급식 등을 제공하는 곳으로 쉼터 1층과 만수3동(65평) 두곳에 마련돼 있다.
 ‘주사랑 쉼터’에 있는 사람들은 아침식사 뒤엔 저마다 일터를 찾아 출근을 했다가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귀가한다. 이따금 후드뱅크사업에도 나서는데 차량이 없어 교회 봉고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장상길 목사(42)는 “우리 쉼터를 비롯해 음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차량이 없고 음식도 부족해 어려움이 크다”며 “후드뱅크 사업을 지원해줄 독지가 분들의 연락을 부탁한다”고 희망했다. ☎ (032)872-1514
 #동구 ‘내일을 여는 집’(대표·박동렬 목사)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가운데 하나인 송림아파트. 아파트 맞은 편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길을 구불구불 내려가다 보면 한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초록색 문을 가진 초라한 집이 나온다. 동구 ‘내일을 여는 집’(동구 송림6동 14의 172)을 운영하는 ‘사랑방 교회’다. 현재 이곳에 기거하고 있는 12명의 ‘홈리스’들은 다음달이면 모두 짐을 싸야 한다. 98년 11월초 문을 연 이래 4년간의 치열한 삶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받는 한 사람은 조리사입니다. 다른 한 사람이 24시간 밖에 나가 상담하랴, 각종 서류 작성해 올리랴 역부족으로 도저히 운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운영자 이상선 전도사(41)는 “쉼터 운영이 소명의식과 보람으로 하는 것이지만 지원이 비현실적인데다 지원 한번 받으려면 행정서식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어서 이쯤에서 접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쉼터운영은 앞으로 교회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소규모 운영할 계획을 조심스레 검토 중이다.
 그는 “눈높이 프로그램 마련, 외국과 같은 방문센터 등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반적인 정책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담당공무원과 정책 입안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765-6727 <글·사진=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