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을 촉발시킨 원인 가운데 하나가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와 허영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 18세기 말 유럽판 ‘옷로비’ 사건이라고 할 다이아몬드 목걸이 스캔들이 민중의 분노에 불을 지른 도화선이 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적다.
 26일 개봉할 ‘어페어 오브 더 넥클리스(원제 The Affair of the Necklace)’는 1786년 목걸이 사건 재판을 첫 장면으로 내세운 뒤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 실화에 근거했다는 자막으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
 목걸이 사건의 서막은 루이 15세 때 시작됐다. 왕실을 출입하던 보석세공사 샤를과 폴은 최고급 다이아몬드 647개로 만든 2천8백캐럿짜리 목걸이를 만든다. 루이 15세가 애인인 듀 바리 부인에게 이를 선물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들은 빚더미에 올라앉고 새 주인을 찾아나서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전사에 대한 설명 없이 철저하게 잔(힐러리 스웽크)에게 앵글을 들이댄다. 1767년 발로아의 영지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남자들의 씨를 말린다. 하루 아침에 고아 신세로 전락한 잔 발로아는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앙투아네트(조엘리 리처드슨)에게 치밀하게 접근한다.
 우선 바람둥이 니콜라 백작(애드리언 브로디)과 정략결혼해 귀족 신분을 얻은 뒤 파락호 신세인 르토(사이먼 베이커)와 음모를 꾸며 호엄 추기경(조너선 프라이스)을 끌어들인다. 왕비와 추기경의 마음을 사로잡을 미끼는 바로 목걸이였다.
 중종시대(16세기) 조선이나 루이 16세 시절 프랑스에서 남자에 기대지 않고 여자 스스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왕비의 오빠 윤원형에게 접근한 뒤 문정왕후의 심복이 돼 종사를 주무른 정난정처럼, 추기경의 야심을 이용해 왕비를 움직이려 한 것이다.
 노비에서 정경부인의 자리에 오른 정난정과 달리 잔의 시도는 시운이 따르지 않아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만다. 루이 16세와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에 서게 만들고 자신도 감옥에 갇혔다가 훗날 영국으로 망명하는 신세가 된다.
 프랑스혁명 전야의 왕실 비사에 어두운데다 시대적·공간적 배경에 익숙지도 않은 대부분의 관객으로서는 이 영화가 낯설 수밖에 없다.
 18세기 말 프랑스 왕실과 귀족사회를 그럴듯하게 재현해낸 스태프들의 노력과 잔 역의 힐러리 스웽크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가을동화’나 ‘사랑은 뭐길래’에 열광하는 동남아 시청자들도 ‘용의 눈물’이나 ‘여인천하’를 찾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수입사에서는 개봉일이 임박했는데도 상영관을 많이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