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인 사랑과 ‘형벌’인 사랑이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형벌’인 사랑은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형수’ ‘친구의 남편’과 같은.
 오늘 개봉하는 ‘중독’(감독·박영훈)이 바로 형벌인 사랑을 다룬 영화다.
 조각가 호진(이얼)과 공연기획자 은수(이미연)는 한 방을 쓰면서도 편지를 주고 받을 정도로 끔찍이 사랑하는 3년차 부부다. 이들은 호진의 동생인 카레이서 대진(이병헌)과 함께 전원주택에서 봄볓처럼 따뜻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호진과 대진이 동시에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대진은 자동차 경주에서, 호진은 동생의 경기를 보러 가던 중 타고 있던 택시가 트럭과 충돌하는 차사고를 당한 것.
 호진은 식물인간이 되고 대진은 의식을 회복하는데, 대진이 갑자기 자신은 호진이라고 주장하고, 대진의 말을 믿지 않던 은수는 둘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사실까지 정확히 집어내는 대진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 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중독’은 ‘사랑’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음산한 뉘앙스를 풍긴다. 영화의 큰 줄기는 지독한 사랑에 빠져버린 한 영혼의 정처없는 방랑이다.
 그렇지만 ‘미치도록 그리웠고 죽을 만큼 사랑했다··· 두렵지 않다’는 영화의 프롤로그처럼 ‘얼마나 사랑했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연민이 뇌리를 슬쩍슬쩍 건드리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드라마적 구성도 탄탄한 편이다. ‘한 영혼이 다른 사람 육체에 들어오는 현상’인 ‘빙의’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중독’은 일본 영화 ‘비밀’의 모작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지만,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사장은 “시나리오를 5년전부터 만들어 온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실제, ‘비밀’은 빙의 이후 딸을 통해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의 심리를 파고 들어갔고, ‘중독’은 빙의 보다는 형벌인 사랑을 선택한 한 영혼의 집요함을 묘사하고 있어 본질적으로는 다른 내용이다.
 영화 ‘물고기자리’에서 한 남자를 외사랑한 이미연은 이번에 공교롭게도 형벌인 사랑을 받는 연기를 펼쳤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점프를 하다’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병헌. 그가 형수에게 애틋한 사랑을 호소하는 표정과 ‘깊은 지하수가 고여있을 것 같은’ 눈빛 연기는 영화의 압권이다. 110분. 15세 이상.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