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회색빛 아스팔트를 노랗게 수놓은 은행잎들. 온산을 울긋불긋 물들이는 단풍나뭇잎들.
 바야흐로 낙엽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단풍구경 하면 설악산, 내장산, 월악산 등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가을의 정취는 그렇듯 먼곳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동네에도 단풍이 붉게 물들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산책로가 많이 있다.
 가족들의 손을 잡고 낙엽의 계절에 가볼 만한 인천지역 산책로를 소개한다.
 ▲관모산 산책로
 관모산 산책로는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내에 있다. 관모산을 오르내리는 산책로는 백범광장 옆 구름다리를 통하거나 썰매장 옆과 동물원 옆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산책로 등 모두 세 곳 정도이다.
 인천대공원은 이곳을 자연생태 관찰로로 꾸며놓았으므로 산책하는 동안 자연공부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엔 습지식물, 오리나무, 철쭉, 메타세콰이어 등 다채로운 식물과 나무들이 즐비하다. 아무르산 개구리, 두꺼비, 도룡뇽 등 양서류는 물론 다람쥐 청솔모도 만날 수 있다.
 또 도심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곤줄박이, 쇠딱따구리, 쇠백로, 오색딱따구리, 흰빵검둥오리, 검은댕기해오라기도 눈에 띈다.
 이 자연생태 산책로는 800m정도로 이곳을 오르내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월미공원 산책로
 군부대 주둔으로 50년간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됐다가 지난해 10월 전격개방된 월미공원 산책로는 무엇보다 산책하면서 볼 수 있는 바다와 항구의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산책로 한켠으로는 바다를 볼 수 있고 다른 한켠으로는 울창한 숲을 접할 수 있어 천천히 걸으며 담소를 나누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특히 산책로가 널찍널찍한 아스팔트길로 잘 닦여져 있어서 조깅하는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서부공원사업소는 현재 산자락에 역사 생태탐방로를 조성하고 있다.
 월미산을 중심으로 산책로 한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여. 산책을 마친 사람들은 사업소 건물 1층에 마련한 역사·생태도서실을 찾아가 자연공부를 할 수 있다. 이곳엔 조경식물, 한국생태학회지, 대한식물도감 등 750여권의 생태관련 책들이 비치돼 있다. 최근엔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소실된 정상복원작업을 완료하기도 했다.
 ▲서구 눈썰매장 산책로
 서구 심곡동 씽씽 썰매장 입구에서 시작하는 산책로로 계양산의 한 자락이다.
 길이 전반적으로 평평해 아이들이나 노인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중간중간엔 여러가지 갈래길이 있는데다 산책로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변화무쌍해 지루하지가 않다.
 산을 오르다 보면 나무 곳곳에 붙어있는 딱따구리를 만날 수 있다. 생태계가 잘 살아있다는 얘기다. 산책로가 비교적 평탄한데도 중간중간에는 벤치와 정자가 있어 쉬엄쉬엄 가며 새와 나무들을 구경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 그만이다.
 썰매장 입구에서 시작해 보통사람 걸음으로 30분정도 오르면 헬기착륙장이 나오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구지역 평야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헬기착륙장에서 15분정도만 더 오르면 산책로의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 군초소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산책이 모자라다 싶은 사람은 이곳에서 계양산 정상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더 펼쳐져 있다.
 ▲검단 가현산 산책로
 검단지역인 서구 금곡동에 있는 산책로로 해병부대 바로 옆에 있어,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이 산책로는 폭이 3m 정도로 산책로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사찰 ‘묘각사’까지 평평하고 완만하게 펼쳐져 있다. 산책로 양옆으로 나무들이 울창하며 갖가지 산새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아는 사람들만 발걸음을 하는데 이 때문에 산행길이 적막하게 느껴질 때마저 있다. 복잡한 머리를 가볍게 정리하는데는 최고의 코스라 할 수 있다.
 산책로의 끝부분엔 ‘묘각사’로 가는 길과 약수터로 가는 두갈래 길이 있다. 묘각사로 오르면 이 절의 주지 이협스님이 산책온 사람들을 반가이 맞아준다. 약수터엔 평행봉, 철봉 등 간단한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으며 꿀 같은 약수를 맛볼 수 있다.<글·사진=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